두산그룹은 테스나 인수를 통해 그룹 사업포트폴리오를 기존 △차세대에너지(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등) △산업기계(밥캣 등)에 △반도체·첨단IT를 더한 3대 축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등 신사업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이 인수 M&A(인수합병)를 단행한건 2016년 미국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기업 원에너지시스템즈(현 두산그리드텍) 인수 이후 6년만이다. 주력인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직격탄을 맞으며 재무상태가 약화된 두산은 이후 매각 M&A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중공업이 클럽모우와 두산인프라코어를, (주)두산이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 산업차량BG를 연이어 팔았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 외벽에 부착된 두산 로고/사진=뉴스1
인수 방식도 두산답다. 인수단가가 크게 뛰었지만 아랑곳 않고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테스나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는 가운데 몸값이 급등했다.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가 2019년 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3년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고민할법도 했지만 좌고우면 없이 4600억원에 인수 도장을 찍었다.
테스나 인수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게 된 두산은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테스나 인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사업 물꼬를 튼 후 추가 M&A를 통해 새로운 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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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의 활용 영역도 넓다. AI,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빅데이터, 5G, 전기차·자율주행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글로벌 산업 메가 트렌드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둔 신사업 진출 루트가 열린다는 의미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갑이 얇아졌다는 것도 두산의 신사업 진출 의지를 강하게 만든다. 테스나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2075억원으로 두산 전체 덩치에 비해 크진 않지만 영업이익 540억원(전년비 76.8% 증가)을 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몸값이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 테스나를 인수한 것을 보면 앞으로 두산이 어떤 형태로 M&A 전략을 펼쳐갈지 짐작할 수 있다"며 "채무 감축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