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111% 급등에 '거래정지'…원자재 투기잔치, 탑승할까? 말까?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3.1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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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니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때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니켈 지수를 거꾸로 추종하는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 상품도 투자금 전액손실 위험에 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의 몸값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원자재 투기' 잔치에 참여하려 하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는 증권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가격은 장중 111% 폭등하며 10만1365달러(약 1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LME는 니켈 거래를 전면 중단시켰다. 거래 재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LME는 성명서를 통해 "사상 유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니켈 가격의 급상승에 따라 니켈 거래를 중단한다"고 했다. 이어 "니켈 선물가 롱숏 포지션의 정상화 가능성 등을 판단한 후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켈 가격이 급등한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라서다. 러시아는 스테인리스강,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산업용 니켈의 주요 공급국이다. 불름버그 통신은 여기에 중국 니켈 생산업체가 공매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니켈을 대거 매수하면서 이같은 폭등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니켈 선물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8일 대신 니켈선물 ETN(H)는 전 거래일 대비 1만115원(29.99%) 상승한 4만3845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상승 최대폭인 30%인 상한가를 찍은 것이다.

반대로 니켈 선물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은 '전액손실·상폐'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8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 (850원 ▼585 -40.77%)의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니켈 가격이 50% 이상 폭등하면서 2배 인버스, 일명 '곱버스' 상품의 기초지수 종가가 0이 됐고 이에 따라 추종 지표가치가 0원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ETN 상품의 기초지수값이 0으로 끝난 적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기초자산의 급등락으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국내 1호 ETN'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20년에 괴리율이 과도하게 발생해 거래 정지가 된 경우가 있었지만 기초지수값이 0으로 끝나서 정지가 된 경우는 이번이 국내에서 첫 번째"라며 "매매정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S&P 지수 사업자의 기초지수 처리 조치 등을 확인한 뒤 향후 상장폐지 심사 여부를 결정해 공시하겠다"라고 했다.

니켈 외 다른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세계 경기의 가늠자라고 일컫는 '닥터 쿠퍼(Dr. Copper)' 구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톤당 1만845달러를 기록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도 배럴당 1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23.7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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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재료로 쓰는 2차전지, 반도체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원자재 관련 ETF, ETN 혹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혜를 받을 업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팔라듐 선물에 투자하는 KBSTAR 팔라듐선물(H) (5,210원 ▼10 -0.19%) ETF는 지난 7일 전 거래일 대비 13.73% 증가한 1만8020원을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17억3360억원으로 전 거래일 보다 약 125.03% 늘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1,739원 ▲47 +2.78%)도 같은날 전 거래일 대비 34.61%의 수익률을 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주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Oil (74,000원 ▼2,000 -2.63%)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을 시행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23일보다 13.02% 올랐다. 또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향후 제련, 전선 사업을 진행하는 LS (127,800원 ▲11,000 +9.42%), LS ELECTRIC (163,900원 ▲11,600 +7.62%), LS전선아시아 (20,900원 ▲500 +2.45%) 등 LS그룹주들도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S 계열사는 구리,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기업인데 주가는 원자재 가격에 역행하고 있어 저평가 매력이 크다"며 "구리 가격이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고 LS전선, LS전선아시아, LS아이앤디(LS I&D), 동제련, LS메탈 등의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유가,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할 수 있는 전망도 나오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원자재 투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전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승하는 유가 등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들을 추격 매수하기 보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걸 권한다"며 "원자재를 투자하더라도 펀더멘털보다 가격이 덜 반영된 구리 등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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