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악(惡)' 편견 버려야…전통산업과 갈등, 조정해 달라"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이동우 기자, 윤지혜 기자 2022.03.09 09:20
글자크기

[차기 정부에 바란다]IT·플랫폼·게임업계 "과거 잣대로 규제만 들이대기보단 진흥정책이 필요"

지난 5년간 플랫폼 산업은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 인터넷산업 규제는 연평균 73%씩 늘었다.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을 추구한 '타다'는 시작도 전에 싹이 잘렸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각 사업자를 연결해준 성과를 칭찬받기는 커녕 수익만을 추구하는 '악의 축' 취급을 받았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밀한 분석 없이 규제만을 앞세우는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자율적인 환경에서 혁신을 불러올 진흥책을 내놓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하는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환경이 조성돼야 우리 IT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 기업들과 승부할 체력을 기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vs 소상공인' 이분법적 구분 버려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중소상인 단체 관계자들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중소상인 단체 관계자들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업계에선 차기 정부에 과잉규제 해소와 산업 육성을 요구한다. 현 정부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유례없이 강화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산업 규제는 정부 의안을 포함해 2019년 88건→2020년 155건→2021년 264건으로 연평균 73%씩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소한의 실증연구도 없이 규제부터 밀어붙이는 점을 우려한다. 정치권에선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만, 엄밀하게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소상공인과 그렇지 않은 소상공인으로 나뉘며,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규제는 도리어 소상공인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지적이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는 "근거에 기반한 규제가 필요한데, 플랫폼으로 소상공인이 실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실증연구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플랫폼 산업이 커지니까 규제해야 한다는 직관적인 생각보단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IT업체가 글로벌 빅테크의 대항마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유럽·일본 등이 이른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불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반면, 우리나라는 토종 IT업체까지 규제 대상에 올려 혁신동력을 꺾고 있다는 것이다.

제2의 '타다' 파괴 막아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에 따라 사실상 입법부의 '사형선고'를 받게 된 타다 차량.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에 따라 사실상 입법부의 '사형선고'를 받게 된 타다 차량.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모빌리티·배달 분야에서는 정부가 기존 산업과 갈등을 겪는 플랫폼을 '악'으로 규정해 성장 동력을 저해시켰다고 지적한다. 배달 업계는 배달비 공시제와 배달원(라이더) 고용보험 의무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달비의 근본 원인은 라이더 부족인데, 오히려 고용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전통 산업과의 갈등 국면에서의 정부의 조정 역할도 강조됐다. 모빌리티업계는 '카풀 사태', '타다 사태' 등으로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었지만, 정부는 방관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은 "모빌리티 분야의 새로운 시도가 일자리나 산업 측면의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데, 정부가 적극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여야 대선후보가 들고 나온 '공공택시앱'은 여전히 '정부의 조정'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민간 서비스와 경쟁하기보다는, 정부가 그 역량을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에 투입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게임시장 개척할 규제완화·지원정책 절실
지난달 25일 위메이드가 출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 한국과 중국에서만 출시가 되지 않았다. /사진=위메이드지난달 25일 위메이드가 출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 한국과 중국에서만 출시가 되지 않았다. /사진=위메이드
게임업계는 마음이 급하다. 외국 업체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게임을 개발할 때 한국은 규제와 지침부터 만드는 탓에, 게임사들은 이를 뒤쫓기도 바쁘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일례로 위메이드 (35,250원 ▲250 +0.71%), 넷마블 (61,500원 ▲600 +0.99%) 등이 만드는 P2E(Play to Earn) 게임이 정식 출시되지 못한 나라는 게임산업이 발달한 주요국 중에선 중국과 한국 뿐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글로벌 기술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산업이 자율성을 갖춰야 5~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투자, 혁신적인 실험이 가능해진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이에 따라 게임 시장에서 혁신에 실패한 기업은 도태되는 게 자연스러운 만큼, 정부는 시장의 자율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되 신기술의 부작용을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근로간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중국시장의 한국 게임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게임사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여전히 판호 발급이 꽉 막혀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2년 전 만들어놓은 게임을 아직 서비스하지 못하는 문제 등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