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돈이 안 와요" 돈줄 말랐는데 유가·환율까지...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2.03.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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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과 꽃다발을 들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과 꽃다발을 들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1. 한 기계업 중소기업 A사는 러시아 공장에 계약된 장비 출하를 진행하던 중 러시아 국책은행과 자회사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대금지급이 어렵다고 통보받았다. 같은 업종 B사는 러시아 바이어가 주문한 기계를 3·5월말에 각각 선적해야 하는데 대금결제 중단으로 자금 유동성이 악화됐다.

#2.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중소기업 C사는 러시아 바이어와 올해 총 30만 달러(약 3억6800만원)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1차로 8만 달러분을 출하했지만 잔여 수주분 출하가 불확실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식품기업 D사는 우크라이나에 선금을 지급했지만 전쟁으로 물품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러시아산 희귀가스 수입을 위한 결제대금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對) 러시아 수출·금융 제재 강화로 대금결제 차질, 거래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대 러시아 수출액은 27억5000만달러(약 3조3700억원)로 전체 중소기업 수출의 2.8%(10위)를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화장품, 철강판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대 우크라이나 수출액은 3억3000만달러(약 4047억원)으로 전체 수출의 0.3%(37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중소기업은 6021개사로 기업당 평균 수출액은 51만2000달러(약 6억2800만원)였다.

중소기업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폐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피해가 더 심각하다. 중기부가 중소기업 피해 신고 접수를 받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동안 총 피해신고는 44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대금 미회수에 관련된 피해가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러시아가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돼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바이어가 대금결제를 지연하거나 거절해 자금 유동성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중소기업 경영에 부담이다.

"러시아서 돈이 안 와요" 돈줄 말랐는데 유가·환율까지...
주용석 무역협회 현장정책실장은 "중소기업들 가운데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부품 업종의 경우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부분 중간 납품 형식이기 때문에 원자재값 상승을 제품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도 오름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8원 오른 122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2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창용 중기연구원 박사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환율이 오르는 것도 예측가능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리스크 관리가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2년째 이어지면서 중소기업 부채가 계속 쌓이는 상황인데 금리 상승 압박도 함께 있어 충격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며 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피해가 현실화되자 정부는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이날 강성천 차관 주재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수출기업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 특례보증 우대, 기존 융자 만기연장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감소 기업 대상으로 대체 거래선(바이어) 발굴·알선을 지원하고 수출 다변화를 위한 정책을 패키지 지원한다. 물류 분야에서는 반송물류비와 지체료 등을 수출바우처 지원범위에 포함해 손해를 보전한다.

아울러 원자재 공급망 모니터링을 통해 부족 발생 시 범정부TF를 통해 공동대응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시 납품단가 조정제도를 활용 지원할 계획이다.




'러시아 부도설'에 깜짝 놀란 시장…원화 던지고 국채도 팔자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년 9개월 만에 1220원선을 넘어섰다.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방안이 검토된다는 소식에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두드려졌다. 러시아 부도설도 환율 급등에 한몫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8원 오른 1227.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220원선을 넘은 건 2020년 6월 이후 약 1년9개월 만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국채 시장도 크게 출렁거렸다.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채를 제외하고는 금리가 모두 올랐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고 한국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채 3년물은 전일대비 0.074%포인트 오른 2.288%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대비 3.34% 오른 수치다. 국채 2년물은 0.097%포인트(4.95%) 오른 2.055%, 국채 5년물은 0.062%포인트(2.52%) 상승한 2.525%에 장을 마쳤다. 장기채로 분류되는 국채 10년물도 0.049%포인트(1.84%) 오른 2.707%에 마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위험회피 상황이 오면서 환율이 1230원선을 위협했다"며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미국은 간접적 수혜를 받아 달러 강세가 이어진 것도 환율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12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1250원선까지는 편하게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조짐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깔려있다. CNN과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크이우(키예프), 마리우폴,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포격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부도설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배경 중 하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러시아가 오는 16일 7억달러(약 8600억원) 상당의 달러 채권 만기를 맞는데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외환 자산이 동결돼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는 16일 러시아 채권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스위프트 배제로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 우려가 있다"며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Ca'까지 내리는 등 위험요소가 워낙 많다보니 위험회피 성향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심리적 지지선을 뚫은 환율이 1300원 가까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전망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으로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1250원이 상방 지지선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 사태도 비슷한 양상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환율이 1300원 가까이 급등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1250원 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서 돈이 안 와요" 돈줄 말랐는데 유가·환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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