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부도의 날' 맞을 수도"...주가·환율 출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홍순빈 기자, 김주현 기자 2022.03.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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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가 푸틴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3.05.[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가 푸틴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3.05.


서방으로부터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건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으로, 금융시장에선 오는 16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이미 디폴트 직전 단계로 강등했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도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소식에 코스피지수는 2% 넘게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년 9개월 만에 1220원선을 뚫고 올랐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a'까지 내렸다. 'Ca' 등급은 총 21단계로 나뉘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가운데 20번째로, 최저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사실상 부도를 의미하는 'C'의 바로 직전 단계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3일 신용도 중간 등급인 'Baa3'에서 투기 등급인 'B3'로 6단계 낮춘데 이어 또 다시 4단계 강등했다. 사흘 만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단계 낮춘 셈이다. 무디스 측은 "이번 추가 강등은 러시아의 채무 변제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Ca 등급 수준에서 회복 기대치는 35~6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 외 다른 신용평가사도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크게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에 이어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로 총 8단계 끌어 내렸다. 이는 총 23단계인 S&P 신용등급 가운데 19번째로 국가부도를 뜻하는 D등급보다 불과 두 단계 위다. S&P는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될 때 이 등급을 부여한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BB에서 6단계 아래인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러시아 '국가부도의 날' 맞을 수도"...주가·환율 출렁
해외에 묶인 자금…고의 디폴트 악용 우려도

글로벌 투자은행은 JP모건은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러시아가 오는 16일 7억달러(약 8600억원) 상당의 달러 채권 만기를 맞는데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외환 자산이 동결돼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갚아야 할 루블화 채권은 3390억루블(3조4650억원) 규모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일 112억루블(1145억원)의 이자를 갚았다. 문제는 달러화 채권이다.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 갚아야 할 달러화 국채는 390억달러(47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430억달러(790조원)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니지만 러시아 수중에는 당장 가용할 외화가 넉넉하지 않다.

외환 보유액 중 4000억달러(490조6800억원)이 미국 뉴욕·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에 있는데 경제제재로 자금이 완전히 동결된 상태다. 러시아 곳간에 있는 달러 외환 보유액은 120억달러(14조7000억원) 남짓이다.

러시아가 현재 보유한 자금만으로도 오는 16일 당장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일부러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달러화 채권을 일부 상환하더라도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줄줄이 도래하는 부채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대출기관에 손실을 입히는 등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일부러 디폴트 선언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러시아는 다급히 법령을 뜯어 고쳐 외국 채권자들에게 빌린 부채를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JP모건 측은 "러시아가 채권자들에게 루블화 지불을 결정하는 순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 변제를 촉발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오는 16일 만기인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1억1700만달러(1435억원) 상환 조건에는 루블화 지불 옵션이 없다는 설명이다.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의 대전차 장애물이 설치된 도로에서 군인들이 경비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의 대전차 장애물이 설치된 도로에서 군인들이 경비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결국은 디폴트 빠질 것…루블화 가치 계속 추락"
러시아의 달러화 채권은 중국 헝다그룹 사례와 같이 30일의 자동 유예기간을 적용받는다. 이달 16일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곧바로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며 다음달 15일까지 밀린 돈을 갚으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러시아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에 대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러시아 국채를 받아줄 투자자는 없다. 그나마 유통되는 러시아 국채 값도 반토막 났다.

러시아는 자국 내 달러가 유출되지 않도록 증권거래를 중단했다. 내국인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살 경우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한편 1만달러(1200만원) 이상 외화를 소지한 자국민의 출국도 금지했다.

시장의 예상이 적중할 경우 러시아는 1998년에 이어 24년 만에 디폴트 상황을 맞는다. 당시엔 아시아 외환위기와 맞물려 루블화 채권을 갚지 못해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엔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처음으로 외화 국채 때문에 디폴트를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금융사인 윌리엄 블레어 측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5년물 기준 CDS 보증료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9%에서 지난 2일 21%까지 치솟았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거래일 보다 19.42포인트(2.16%) 내린 881.54로, 원·달러 환율은 12.90원 오른 1227.10원에 장을 마쳤다. 2022.3.7/뉴스1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거래일 보다 19.42포인트(2.16%) 내린 881.54로, 원·달러 환율은 12.90원 오른 1227.10원에 장을 마쳤다. 2022.3.7/뉴스1
러-우 사태 장기화에 코스피 급락…증권가 "2470선까지 본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하락한 2651.31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9.42포인트(2.16%) 내린 881.54로 끝났다. 러시아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1850억원, 9600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400원(1.96%) 하락한 7만100원으로 장을 마쳤고 LG에너지솔루션(3.38%), SK하이닉스(4.02%), LG화학(3.93%) 등도 주요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3%대 낙폭을 보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증시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이날 증시가 급격히 악화했다"며 "유가 급등은 물론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고물가) 현실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일부는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코스피가 2500선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기업이 피해를 입어 조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코스피 하락선은 2470선까지 본다"고 말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외국인 매도행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를 기준으로 본 한국주식에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주식을 매도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약세-달러 강세 구도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원·달러 환율도 1220원 중반대를 넘어서며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당분간 외국인 수급이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가부도의 날' 맞을 수도"...주가·환율 출렁
원/달러 환율 1220원 뚫었다…"1250원 갈 수도"

원/달러 환율은 1년 9개월 만에 1220원선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러시아의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까지 뛸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8원 오른 1227.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220원선을 넘은 건 2020년 6월 이후 약 1년9개월 만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위험회피 상황이 오면서 환율이 1230원선을 위협했다"며 "러시아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미국은 간접적 수혜를 받아 달러 강세가 이어진 것이 환율 오름세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 강세가 이어질 재료들은 살아있고 환율을 떨어뜨릴 저항은 없기 때문에 당분간 12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1250원선까지는 편하게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환율 급등 배경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2일째에 접어들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여전쟁 격화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이 꼽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찾는 경향이 커진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는 16일 러시아 채권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스위프트 배제로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 우려가 있다"며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Ca'까지 내리는 등 위험요소가 워낙 많다보니 위험회피 성향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심리적 지지선을 뚫은 환율이 1300원 가까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90원대까지 급등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으로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1250원이 상방 지지선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 사태도 비슷한 양상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환율이 1300원 가까이 급등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1250원 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승혁 연구원은 "이와 동시에 장 초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물리학 연구소를 공격하는 등 합의할 듯 하면서도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이 불확실성을 강화하면서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며 "계속해서 저항선을 무너뜨리고 있어 1250원까지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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