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년이 삶을 마감한 고독사 현장에 종이박스, 비닐봉지, 스티로폼 박스 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제공=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김씨는 친인척도 없었고 왕래하는 지인도 없었다. 그의 마지막 가족이었던 어머니는 2000년대 초반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세 번의 시도 끝에 스스로 삶을 등졌고 숨진지 13일 만에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모든 문을 닫고 보일러를 켜둔 탓에 방은 곰팡이와 부패액으로 덮여있었다.
고독사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주변과 교류가 없어 아픈 상태에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숨진 뒤에도 한참 뒤에 발견된다. 고독사 대상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지자체가 별도의 장례 절차 없이 화장해 5년간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
전연령대에 비해 청년층 무연고 사망자 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63명에서 2018년 76명, 2019년 81명, 2020년 104명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 빠진 경우를 생각하면 실제 고독사 인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과거 유품 정리 현장의 대부분이 중장년층 고독사였다면 2018년부터는 20~30대 고독사가 늘어나 최근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장년층은 퇴직이나 실직으로 홀로 지내다가 병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젊은층은 취업이나 도박 문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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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의 구찬모 대표는 "전국에서 지병이나 극단적 선택 등으로 청년들이 고독사한 현장의 의뢰가 들어온다"며 "청년이 고독사한 현장은 생활 폐기물이 가득 쌓여 '쓰레기집'에 준하는 현장이 많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방치하기도 하고 정리를 거의 하지 않는 집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취업 어려운 청년층, 생활고 겪으며 대출까지…사회적 고립이 문제
한 청년의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사진제공=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1인 가구의 수는 2015년 184만여명에서 2020년 238만242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청년들도 함께 늘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20년 기분장애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20~30대 인원은 14만 5998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30.1%를 차지했다.
그 배경에는 청년들을 심리적·경제적으로 어렵게 하는 취업난이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며 학자금 대출의 상환 개시도 점차 늦춰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졸업 이후 3년이 지나서야 학자금대출 상환을 시작한 비율은 2016년 20%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0년에는 36%로 집계됐다.
돈을 버는 시기가 늦춰지자 청년층의 대출액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대출잔액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어나 지난해 6월 기준으로 91조 789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20대 대출자 가운데 여러 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율도 12.4%를 돌파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청년층은 생산 활동에 참여해 고독사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취업난을 겪으며 주변과 연락을 끊는 청년들이 생기자 고독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층에겐 고령층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밖으로 나와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