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대결 앞둔 아이큐어…소액주주, '최영권 퇴진·CB 한도↓' 추진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3.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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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큐어 소액주주들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상대로 표 대결에 나선다. 상장 때보다 주가가 크게 낮아졌는데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미흡했고 되레 전환사채(CB)를 잇따라 발행해 주주가치를 희석시켰단 판단에서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최영권 대표이사의 사내이사직을 박탈하고 사측이 내정한 신규 이사진 선임을 막겠단 계획이다. 뒤이어 새로운 이사진을 추천하는 임시 주총을 추진하겠단 계획도 세워뒀다.

표대결 앞둔 아이큐어…소액주주, '최영권 퇴진·CB 한도↓' 추진


"도네패질 치매패치 '성공'에도 주가 힘못써"
7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큐어 (1,925원 ▼16 -0.82%) 사측과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31일 오전 정기 주총을 앞두고 위임장 확보 경쟁을 시작했다. 아이큐어는 이날 주총에 △연결·별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최영권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포함해 사내이사 총 5명·사외이사 총 2명) 선임 △상근감사 민성욱 재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감사보수한도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총 7개의 안건을 부의한 상태다. 소액주주연대는 이중 연결·별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을 제외하고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이러한 표대결은 작년말 이들이 회사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예고됐던 일이다. 소액주주연대는 당시 "주가가 품목허가 승인에도 하락했다. 주주 신뢰를 잃은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라", "전환사채(CB) 한도 5000억원 정상인가" 등을 외치면서 최영권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2018년 기술특례 상장한 아이큐어 주가는 지난해 초 3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1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을 때도 주가가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아이큐어는 도네패칠 치매패치 성공시 비전으로 상장했는데 임상 3상까지 성공했음에도 상장 당시 시총과 현재 시총 간 괴리가 있다"며 "그럼에도 사측에선 주주가치 제고 행동이 없다"고 했다.

되레 CB를 잇따라 발행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게 소액주주 측 판단이다. 통상 CB는 주식 전환시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시켜 악재로 여겨진다.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05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특히 4번째 CB 발행 직전에는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를 각각 7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소액주주 측은 "3회차 CB까지 총 154만9352주가 발행됐다. 총 발행주식 수의 12.19%로 그만큼 주주가치 희석이 됐다"며 "4회차 CB 발행액만큼 주주가치 희석은 추가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최 대표는 사모펀드를 통해 CB 2~3회차 콜옵션 후순위 투자에 나서 이익을 거뒀다는 지적이다.



아이큐어 "최영권→이영석·이재범 대표 체제로"
이후 아이큐어는 최영권 대표이사에서 이영석·이재범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들이 요구했던 대표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아이큐어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각자 전문성 있는 분야를 체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라며 "최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의 전환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두 사람이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돼야 대표이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어서다. 최 대표도 대표이사만 내려놓는 것일 뿐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게 된다.(이 역시 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돼야 가능)

이 같은 사측 결정에도 소액주주연대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연대 운영진을 대표하는 박세호씨는 "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자체를 반대한다"며 "최 대표를 포함해 사측에서 내정한 사내이사 후보 5명, 사외이사 후보 2명 선임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 대표 뿐만 아니라 신임 대표로 내정된 이들도 잇딴 CB 발행, 낮은 주가 등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측 인사들로 이사진이 구성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들은 이번 정기 주총을 마무리한 직후 임시 주총을 추진해 이사진이 사측이 아닌 인사들로 구성될 수 있도록 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연대는 사채 발행한도 축소도 추진한단 방침이다. 이는 이번 정기 주총 '일부 정관 변경' 안건에도 '사채 발행한도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축소'란 내용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소액주주연대는 3000억원 발행한도도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있다. 박세호씨는 "현 아이큐어 시총(2456억원)보다 높은 금액"이라며 "CB 신규 발행을 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일단 발행한도가 낮아지긴 하고 다른 정관 변경 내용인 이사 수(3인 이상 5인 이하→3인 이상 7인 이하), 선임 자격(회사나 동종·유사업종 3년 이상 근무자→해당 내용 삭제)에 대해선 찬성하는 만큼 이번 주총에선 해당 안건에 찬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아이큐어 측은 경영체제 개편을 결정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 진입에 속도를 내고있단 입장이다. 아이큐어 관계자는 "주가가 낮아지긴 했지만 회사 차원에선 프로젝트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큐어는 올 상반기 도네패질 약가를 받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도네페질 경구제 1일 1회 복용을 일주일 2회 패치 부착으로 개선해 복약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세계 최초 도네페질(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패치제다. 이외에도 아이큐어는 2020년 미국 아보메드 파마슈티컬스와 공급계약을 맺고 파킨슨병 치료제(로티고틴패치) 미국 상업화를 준비 중이고 경구제로 만들어진 파킨슨병 치료제(프라미펙솔)를 패치제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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