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재고 바닥"…러시아發 유연탄 폭등에 시멘트 공장 '스톱' 위기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2.03.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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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진 시멘트업계, 유연탄 비축량 다음달이면 소진 정부에 SOS

"곧 재고 바닥"…러시아發 유연탄 폭등에 시멘트 공장 '스톱'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영향으로 유연탄(고효율 석탄)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시멘트 제조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러시아는 시멘트업계 유연탄 수입 의존도가 전체 75%에 달해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차질이 예상되면서 호주 등 다른 원산지의 유연탄 가격도 급등해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시멘트 감산에 따른 공급대란도 야기될 수 있다.

7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산 유연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재료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유연탄은 시멘트 원가에서 20~30%를 차지한다. 석회석과 함께 핵심 원자재다. 주요 시멘트 제조사가 폐기물을 활용한 순환자원 설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전체 70~80%는 유연탄을 활용한다.유연탄은 시멘트 소성(광물화) 고온을 내는 데 쓰이며, 전량 수입한다.



시멘트 제조사들은 주요업체가 몰려있는 강원 동해안과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러시아산을 주로 쓴다. 한국시멘트협회(이하 시멘트협회)가 주요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수입한 유연탄 364만톤(t) 중 75%인 272만톤이 러시아산이다. 나머지 92만톤은 호주산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5750㎉/㎏ NAR)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1톤당 232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83달러보다 180% 올랐다. 대체재인 호주산 유연탄(FOB Australia Premium Low Vol)은 1톤당 490달러로 전년동기 116달러 대비 4배 가량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쌍용C&E 강원 동해공장 전경. /사진=한국시멘트협회쌍용C&E 강원 동해공장 전경. /사진=한국시멘트협회
유연탄 비축량도 한 달분 정도 밖에 없다.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유연탄 비축량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전년 대비 생산량을 고려할 경우 다음달이면 바닥이 난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연탄 계약구조가 6개월~1년 단위에서 현물단위로 변경되면서 비축량이 더 줄었다. 협회 관계자는 "유연탄을 비싸게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 시멘트 업체가 가격을 올렸지만 유연탄 가격의 상승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24% 인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C&E와 삼표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등 주요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시멘트 가격을 추가로 상향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될 수 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상태가 장기화되면 감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연탄을 사용하는 공장가동을 줄이거나 멈추고, 순환자원으로 작동하는 생산량만 공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20~30%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건설현장도 타격을 받게 된다. 유연탄 비축량이 소진되는 다음달까지 방안을 찾지 못하면 공급대란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수입 다각화와 생산량 조절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정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구매시 세제 지원 등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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