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1호 민원' 특별보고서, '유해수습' 목적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2.03.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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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2017년4월17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수원 유세를 마치고 서울 용산역에 도착해 광화문 광장 집중유세 현장으로 향하던 중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게 되어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7.04.17.【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2017년4월17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수원 유세를 마치고 서울 용산역에 도착해 광화문 광장 집중유세 현장으로 향하던 중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게 되어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7.04.17.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원)의 스텔라데이지호 특별조사보고서가 '유해수습'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작성되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특별조사보고서는 청와대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으로 접수한 '스텔라데이지호 사건' 관련 유해수습(2차 심해수색) 예산을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국회의 올해분 예산안 부대의견에 실려 있다. 그나마 유해수습에 착수할 기준이 처음으로 예산안에 명시된 것이지만, 실종자 가족 측은 사고 발생 5년이 지나도록 특별조사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마당에 사실상 '면피성 조항' 아니냐며 우려했다.

해심원 "원인조사" 목적…다음 대통령 뽑을 때까지도 안나온다
해심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으로부터 특별조사보고서가 2차 심해수색 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인지 질의를 받고 "국제협약에 따라서 철저하게 원인조사에만 집중하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세월호 침몰 8개월 후 '과다 적재로 복원력 상실'이라는 골자로 나온 세월호 특별조사보고서에 대해서도 해심원이 2차 심해수색 근거를 적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특별조사보고서의 근거법인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에도 법 제정의 목적에 대해 '해양사고의 원인을 밝힘으로써 해양안전의 확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양에서 한국인 선원 8명이 탑승한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Stella Daisy)'호. (마린트래픽닷컴 캡쳐) 2017.4.1/뉴스1  =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양에서 한국인 선원 8명이 탑승한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Stella Daisy)'호. (마린트래픽닷컴 캡쳐) 2017.4.1/뉴스1
해심원 측은 이달 안에 특별조사보고서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반기 내'에 나올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오후 1시 20분(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향하다가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화물선이다. 사고 당시 한국인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6명 등 선원 24명이 타고 있었으며 구조된 필리핀 선원 2명을 제외한 22명은 모두 실종 상태다. 사고 발생 2년 후인 2019년 2월 사고원인을 찾기 위한 1차 심해수색이 이뤄졌지만 유해는 위치만 확인됐다. 외교부가 심해수색업체로부터 하루 약 2억5000만원의 비용을 제시 받고 비용 부담에 유해 수습을 포기한 것이다. 2차 심해수색을 위한 예산도 편성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 "후진국 인권유린"…'외교부 자체 보고서'로 수색 주장도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열린 '지워진 사람들-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희생자 가족들의 호소를 듣고 있다. 2022.2.9/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열린 '지워진 사람들-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희생자 가족들의 호소를 듣고 있다. 2022.2.9/뉴스1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는 "어떻게 발견한 유해를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방치할 수 있느냐"라며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이 후진국에서나 벌어질 인권유린 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부 주도의 기술 TF(태스크포스)를 마련해 즉각 심해수색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건 해결이 요원하다보니 실종자 가족들이 집권당 차기 대선 후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만나 또 다시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스텔라데이지호 유해수습 예산에 기재부·외교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며 해당 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올해 예산안에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부대의견을 넣었다.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관련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 발표 등 진전사항을 바탕으로 추후 2차 심해수색에 필요한 예산을 지체없이 지원한다"는 문구다. 지난해 9월 안도걸 기재부 2차관도 국회에 출석해 "아마 해심원에서 1차 수색 결과에 대한 분석도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결과도 좀 봐야 될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1등 항해사인 박성백씨의 부친 박홍순(왼쪽)씨와 모친 윤미자씨가 2월25일 외교부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비용 예산 편성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스텔라데이지호 1등 항해사인 박성백씨의 부친 박홍순(왼쪽)씨와 모친 윤미자씨가 2월25일 외교부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비용 예산 편성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1등 항해사인 박성백씨의 어머니 윤미자씨는 "외교부가 자체적인 1차 심해수색 보고서를 작성해 유해수습에 나설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교부 측은 "만약 외교부에서 보고서를 쓴다고 해서 예산이 편성된다면, 여태까지 이렇게 3년 동안 끌고 올 것도 없지 않았겠느냐"며 '외교부 보고서 무용론'을 주장했다. 특별조사보고서에 대해서는 "VDR(항해자료기록장치)이 (1차 심해수색을 거쳐) 100% 복원된 게 아니다 보니, (1차 심해수색의) 미비점을 근거로 심해수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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