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위탁업체 심원개발 사망사고...중대재해법 대상?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3.06 13:29
글자크기
현대제철 예산공장현대제철 예산공장


충남 예산에서 노동자가 1톤가량의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가 쟁점화 될 전망이다. 사고가 난 곳은 현대제철 소유의 예산공장 부지지만, 해당 공장의 운영 및 하도급은 현대제철이 위탁생산을 맡긴 심원개발이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당국의 판단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5일 오후 1시 40분쯤 발생했다. 자동차 하부 부품을 만드는 금형기가 떨어지면서 아래에서 수리 작업을 하던 A(25)씨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초 A씨는 현대제철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알려졌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2차 하청업체 직원으로 볼 수 있을지를 놓고 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예산공장은 연구개발(R&D)동과 핫스탬핑(고온금형프레스 후 냉각 공법) 자동차부품 생산라인 등으로 구분된다. 현대제철은 심원개발과 턴키 방식의 핫스탬핑 위탁생산계약을 맺고 예산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했다. 핫스탬핑을 생산할 수 있는 부지를 내주고, 완제품을 구매했을 뿐 운영은 심원개발이 맡아왔다. A씨가 속한 엠에스티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곳도 심원개발이다.

심원개발·엠에스티 등은 모두 엠에스오토택그룹 계열사다. 엠에스오토텍그룹은 자동차부품·차체개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그룹사다. 핵심계열사 엠에스오토텍은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다. 엠에스오토텍의 자회사 명신산업은 테슬라에 차체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엠에스오토텍그룹 사이는 물론이고, 현대제철과 위탁생산계약 관계인 심원개발·엠에스티 등과도 경영권이 분리돼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엠에스티를 현대제철의 2차 하청업체로 여겼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공장이 상시근로자 수 50명 이상 사업장이기 때문에, 고용부가 이들 두 회사의 위탁생산관계를 어떻게 볼지에 따라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도 달라진다. 하청관계로 판단하면 현대제철이 원청이 되고, 하청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심원개발이 원청이다. 입건 또는 기소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원청으로 판단될 경우 현대제철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인명 사고가 났다. 3일 간격으로 2명의 사망자를 배출하는 사업장이 된다. 법 시행 이전에도 사고가 적잖았다는 점에서 경영진 책임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예산공장 사고 책임까지 떠안으면 가중처벌 우려도 커진다.

업계 안팎에 미칠 파장도 크다. 국내 제조업계 대부분이 완제품 형태의 부품을 구매한다. 현대제철·심원개발과 같이 위탁생산을 맡긴 업체도 상당하다. 부품조달과 위탁생산을 고용부가 하청 관계로 판단하면, 발생하는 중대 재해의 상당수를 완제품 또는 완제품 직전 단계를 제작하는 소수의 대형 제조사들이 책임질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아이폰 위탁생산을 맡은 폭스콘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애플에게 지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면서 "예방보다 처벌중심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대재해법이 판단에 따라 해석이 달리 적용될 수 있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는 만큼, 보완 입법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사고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선 중대재해법 사고 사례에 비춰봤을 때 최소 3주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입건 여부와 대상 등이 판단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