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데자뷔…'유럽 최대' 우크라 원전 CCTV에 잡힌 화염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3.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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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우크라 최대 원전 화재 진압에도 불안 여전…
러 공격에 소방대 투입 난항 겪기도, 방사능 유출 '無'…
자포리자 원전 폭발 땐 '체르노빌 참사 10배' 규모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단지 화재 발생 모습. /영상=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청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단지 화재 발생 모습. /영상=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청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 방사능 누출과 관련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화재가 진압됐고, 방사선 수치도 정상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만큼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서비스(SES)는 이날 새벽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로다르시의 원전단지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가 오전 6시 50분경(한국시간 오후 1시 50분)에 진압됐다고 밝혔다. 앞서 SES가 소방차 10대와 소방관 40여명으로 구성된 긴급구조대를 화재 현상에 투입했다고 밝힌 지 약 90분 만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는 없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오전 1시 20분경 자포리자 원전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리며,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화재 진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자포리자 원전의 안드리이 투스 대변인은 소방대가 러시아군의 포격 우려에 화재 장소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드미트로 쿨레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화재 진압을 위한 러시아군의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청 폐쇄회로영상(CCTV)에 포착된 화재 장면. /사진=AFP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청 폐쇄회로영상(CCTV)에 포착된 화재 장면. /사진=AFP


화재, 외부건물서 발생…방사선 수치 변화 '無'
우크라이나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단지 화재 소식에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전 세계가 원전 폭발, 방사능 유출 우려에 휩싸였다.

자포리자 원전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단지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단일 단지로는 유럽에서 최대 규모이자, 세계 10대 원전 중 한 곳이다. 다만 NYT는 자포리자 원전의 전체 원자로 6기 중 3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화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포리자 원전 인근의 방사능 수치가 상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SES는 이번 화재가 자포리자 원전단지 경계 바깥에 있는 '교육훈련 빌딩'에서 난 것으로 예상만큼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자포리자 원전 대변인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주변 방사능 수치도 정상"이라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우크라이나 규제당국에 보고된 방사능 수치 변화는 없다"며 이번 화재로 인한 원전 필수시설의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미국 에너지부 장관 역시 트위터에 "자포리자 원전에 있는 원자로는 강력한 격납 구조물로 보호되고 있다"며 "안전하게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 시설 주변에서 방사능 수치가 올라간 것을 보지 못했다"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원전 하나라도 폭발하면 모두 끝장"…국제사회 규탄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는 러시아군의 원전단지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러시아 탱크가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원자로를 향해 총을 쐈다. 러시아군은 그들이 무엇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지 알고 있다" 쏘고 있었다"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원전이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다면서도 러시아군이 원전을 공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잠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는 15개에 달하는 원전이 있고, 이들 중 하나가 폭발하면 모두 끝장"이라며 "러시아를 제외한 어떤 나라도 원전에 포격을 가한 적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1986년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참사를 언급했다. 그는 "(체르노빌 참사는) 수십만 명의 생명에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재앙"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참사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쿨레바 외무장관은 자포리자 원전 폭발하면 그 규모가 체르노빌 참사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포리자 원전 화재 발생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은 유럽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번 공격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그랜홈 에너지 장관도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펼친 군사작전은 무모했고,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핵사고 대응팀을 가동하고 백악관과 국방부, 그리고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함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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