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상속세 8조원'에 넥슨 경영권 휘청? 오해와 진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03.06 05:41
글자크기

최고세율 50% 적용에 할증 더하면 최대 8조원 가량 상속세 발생
현금 납입 대신 비상장주식인 NXC 지분으로 물납 가능
고 김정주 이사 지분 중 60% 세금으로 내도 유가족 지분율 절반 넘어

고 김정주 NXC 이사. /사진=넥슨고 김정주 NXC 이사. /사진=넥슨


넥슨 창업자인 고 김정주 NXC 이사의 유고에 따른 거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넥슨의 전반적인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경제지 포브스 기준 고인의 자산평가액은 13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속세 마련을 위해 넥슨지티 (25,400원 ▼1,950 -7.13%)넷게임즈 (13,070원 ▲160 +1.24%) 같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뜬소문이 나오며 주식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시장에 알려진 소문의 상당 부분은 뚜렷한 법적 근거나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것들이 대다수다. 고 김 이사의 자산 상속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2021년 자산 평가액만 109억달러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5월 기준 김 이사의 자산 규모를 109억달러로 평가했다. 당시 환율로는 11조원이 넘고, 현재 환율로는 13조원이 넘는다. 이는 김 이사가 보유했던 넥슨의 지주사 NXC의 지분 67.49%만을 따진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세법)에 따르면 최고 상속세율은 50%다. 다만 최대주주의 주식 등에 대해서는 20%를 더 가산하도록 돼있다. 김 이사의 자산가치 13조원을 적용할 경우 기본적인 상속세는 6조5000억원, 여기에 20%를 가산하면 8조원 가까운 상속세를 가족들이 내야할 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실질 세율 60%'라는 표현으로 김 이사의 유가족이 떠안게 될 상속세에 대해 설명한다. 구체적인 상속세액은 상속 절차가 시작되면 국세청에서 실사를 통해 판단하게 된다.

현금 대신 주식으로 물납 가능…최대 NXC 지분 40.49%가 세금으로
넥슨 지배구조.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넥슨 지배구조.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만 유가족이 김 이사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은 뒤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할 때 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NXC 지분으로 물납하는 것이다. NXC는 비상장사이고, 비상장사 지분을 물려받을 때는 상속세를 주식으로 대신 낼 수 있다.

업계에선 유가족이 대부분의 상속세를 물납 방식으로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이사가 보유한 NXC 지분 67.49%에 대한 물납이 이뤄지고, 여기에 최대주주 지분 할증을 적용할 경우 상속자산의 60%에 해당하는 'NXC 지분 40.49%'가 상속세가 된다. 이렇게 물납된 주식은 공매 절차를 거쳐 주인을 찾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 이사가 NXC 외의 다른 넥슨 계열사 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NXC→넥슨 재팬→넥슨 코리아→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NXC 지분만 확보해도 넥슨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넥슨 계열사를 매각한다 해도 그 대금은 유가족이 아닌 법인으로 귀속된다. 계열사를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주식시장의 '썰'에 불과하다.

상속세 물납해도 유가족 보유지분 57.79%…오너십 문제 없어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
이렇게 NXC 지분 40.49%를 상속세로 납부해도 여전히 유가족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은 절반이 넘는다. 이미 김 이사의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가 29.43%의 NXC 지분을 보유중이다. 김 이사의 두 딸이 가진 지분도 1.36%다. 여기에 상속세를 낸 뒤 남는 지분 27%를 더하면 가족들이 보유한 지분만 57.79%다. 사실상의 가족 회사이자 NXC 지분 1.72%를 보유한 와이즈키즈의 몫을 더하면 6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김 이사의 유가족에게 대규모 상속세가 부과된다 해도 넥슨 오너십이 쉽사리 흔들리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구하며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갈 수는 있다. 이는 고 김 이사가 생전에 "자녀에게 경영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소신에 따른 것이다.

한편 넥슨 관계자는 "현재 김정주 창업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서 향후 지배구조나 상속과 관련돼 회사 차원에서 말씀을 드릴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