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행장의 색다른 도전...KB '9 to 6' 은행 72개 연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2.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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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9 to 6 뱅크'는/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국민은행 '9 to 6 뱅크'는/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KB국민은행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영업점 '9 to 6(나인 투 식스) 뱅크'를 전국 72개 거점에 만든다.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기존 지점보다 2시간 더 연장 영업하는 점포다. 은행 점포 폐쇄, 비대면화가 빨라지는 흐름 속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직장인 고객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서울 34개, 경기·인천 19개, 지방 19개 등 전국 72개 지점에서 '9 to 6 뱅크'를 시행한다. 은행 업무시간 중 내점이 어려운 직장인, 사업자가 타깃이다. 혼잡시간을 피해 여유롭게 상담 받기 원하는 고객도 고려했다. 다만 코로나19(COVID-19)로 은행권이 영업시간을 단축한 조치에 따라 당분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동안 문을 연다.

KB국민은행의 실험은 은행 점포가 대규모로 통폐합되고 업무가 비대면화하는 추세 속에서 신선하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은행의 점포는 모두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점포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경쟁력'으로 보려는 시도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엔 없는 기존 은행만의 경쟁력을 살리려는 취지로 파악된다.



'9 to 6 뱅크'는 연초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부터 준비해온 모델이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국민은행 성장의 핵심 근간인 영업점의 영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9 to 6 뱅크의 성공적인 정착 등을 통해 대면 영업의 패러다임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을 늘린 전략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은행은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 특화 점포를 2017년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이 쉽지 않았다. 이를 되살리고 다듬어 확대 시행하는 것이 '9 to 6 뱅크'다. 이와 별개로 하루 중 영업시간은 동일하지만 시간대를 오전 10시~오후 5시, 오전 11시~오후 6시 등으로 유연하게 구분한 '애프터(After) 뱅크'도 현재 11곳 있다.

'9 to 6 뱅크'는 실제 고객의 의견과 반응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특화 점포를 이용했던 고객 216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물었더니 89%의 고객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객의 94%는 재방문 의사를 묻는 말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고객 1500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은행 영업점 업무가 오후 4시에 종료되는 것과 관련 '불편하다'는 응답이 56%였다. 2030세대의 응답률은 평균보다 높은 73%로 나타났다.


직원 만족도도 높다. '9 to 6 뱅크' 직원은 오전조, 오후조로 나눠 근무한다. 오전조 직원은 오전 9시~오후 4시, 오후조의 경우 오전 11시~오후 6시에 창구에서 고객을 만난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는 유연근무를 확대 시행하는 효과도 생긴 셈이다. 아이 등원 등 육아가 고민이었던 직원들은 오후조를 선택하는 식이다.

국민은행 영업기획부 관계자는 "비대면화가 빨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큰 금액이 취급되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경우 대면 상담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며 "은행 오프라인 영업 채널을 무작정 줄일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키우고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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