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러시아ETF 베팅 '위험'... 레버리지ETF 상폐·신규 발행 중단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03.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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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러시아ETF 베팅 '위험'... 레버리지ETF 상폐·신규 발행 중단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단기 저가 매수세가 몰렸던 러시아 ETF(상장지수펀드)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레버리지 ETF가 상장폐지를 앞둔것은 물론 신규 설정도 속속 중단되고 있어서다.



4일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와 키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ETF 중 러시아 주식·채권 익스포저(위험노출도)가 존재하는 상품은 각각 694개, 367개에 이른다. 익스포저를 10% 이상으로 좁히면 주식 관련 상품 12개, 채권 관련 상품 4개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아일랜드 등에 설정된 러시아 특화 ETF들의 최근 한달간 수익률은 50~90% 하락했다.

그런데 관련 상품에 연초대비(YTD)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돼 비상이다. 미국에 상장된 반에크 러시아(VanEck Russia) ETF에는 2일 기준 연초대비 6억3790만달러(약 7731억원), 슈왑 펀더멘털 이머징 마켓 대기업 지수(SchWab Fundamental Emerg Mkts Lg Co) ETF에도 1억9810만달러(약 2401억원)가 유입됐다.



문제는 이 같이 단기 저가 매수세가 몰렸던 러시아 ETF 관련 상품이 속속 상장폐지되거나 신규 설정을 중단하고 있단 것이다.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Direxion Daily Russia) 2X shares ETF, 러시아 레버리지 ETF는 결국 상장 폐지된다. 이달 11일까지 정상거래되지만 이후 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18일 청산된다. 2일(현지시각) 디렉시온은 미국을 주도로 여러 국가들의 제재로 러시아 증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어 이에 따른 투자자 보호 조치로 펀드 청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ETF인 반에크 러시아 ETF, 반에크 러시아 스몰캡(VanEck Russia Small-Cap) ETF,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iShares MSCI Russia) ETF, 프랭클린 FTSE 러시아(Franklin FTSE Russia) ETF 등이 이달 1~3일부터 신규 설정을 중단했다. 신규 설정을 중단했다는 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국내에서도 KINDEX 러시아MSCI(합성) (10,070원 ▼4,310 -29.97%)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고 이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상장폐지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수렁 속 러시아 ETF에 대한 투자 자제를 당부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마다 러시아 관련 상품 매매 가능 여부가 달라 주의가 요구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외 ETF의 경우 러시아 주식 익스포저 자체는 낮지만 일부는 기초지수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를 사용하고 있어 MSCI의 러시아 증시 편출 적용에 따른 수급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에 대한 러시아 증권 매각 금지 조치, 변동성 확대로 인한 ETF 상장폐지 가능성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투자 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2020년 중반 국내 원유 기반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폭탄돌리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수요 유입에도 불구하고 공급(신규 설정)이 중단되며 극도로 고평가된 상태에서 투자자들끼리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할 우려가 높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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