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인플레 압력…금리 상승기 힘 못쓰는 은행주

머니투데이 임현정 기자 2022.03.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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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며 주목받았던 은행주가 시들한 모습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불거진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면서다. 여기에 공급망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주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11시 15분 현재 KB금융 (79,600원 ▼2,000 -2.45%)은 전 거래일보다 1300원(2.23%) 내린 5만7100원에 거래중이다. KB금융은 지난달 17일 종가 기준 6만51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전날까지 10% 넘게 하락했다.



다른 은행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한지주 (47,500원 ▼250 -0.52%)는 같은기간 주가가 6.5% 내렸으며 하나금융지주 (61,400원 ▼2,200 -3.46%), 우리금융지주 (14,440원 ▼150 -1.03%)도 각각 9.8% 5%씩 하락했다.

은행주는 최근 금리인상 국면을 맞으며 수혜주로 각광 받았다. 통상적으로 금리인상은 예금과 대출 금리차이로 인한 마진 상승 등 은행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스위프트는 전세계 200여개 국가 은행들을 연결하는 금융거래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되는 것은 해외 송금 등 국제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들이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 규모는 총 6037억원이다.

여기에 오는 15~16일(현지시간) 미국 FOMC를 앞두고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비둘기 성향을 보이는 것도 은행주에겐 부정적인 요소다. 올초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은행주에겐 호재였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 파월 의장은 2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빅스텝보다는 베이비스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시사하면서 은행주를 향한 기대감도 한 풀 꺾였다.

원자재 가격 비용 상승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장기적으로도 은행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상회하고 생산자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 경우 은행주는 시차를 두고 조정양상이 나타난다"며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의 갭의 확대는 내수기업 등 은행차주의 건전성에 부담을 준다"고 분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비용 상승 요인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2006년~2008년처럼 은행 순이자마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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