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TF '하한가'…"상폐 가능성↑투자금 회수도 어렵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2.03.04 14:27
글자크기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유일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가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사실상 0원에 가까운 가격을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이 ETF는 합성형 ETF로 상장폐지시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급락세 속 저가 매수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KINDEX 러시아MSCI(합성) (10,070원 ▼4,310 -29.97%) ETF는 장중 4310원(29.97%) 하락한 1만70원에 거래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약세로 접어든 지난달 17일부터 67% 넘게 급락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는 이 ETF를 2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날 오후 "MSCI 측에서 'MSCI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하여 0.00001 가격 적용'이라는 의견을 통보해왔다"며 "적용 기준일은 오는 9일 종가이고 MSCI의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가격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MSCI 신흥국(EM) 지수에서 제외될 거란 당초 예상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이 ETF의 기초지수인 'MSCI Russia 25% Capped Index'도 사정권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4일 오전 홈페이지에 재차 투자유의 안내문을 내걸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전일 MSCI 발표에 따라 러시아 ETF의 오는 9일 종가는 0.00001 수준으로 평가돼 10일자 장중순자산가치(iNAV)가 0원 수준으로 산출된다.

운용사 측은 "기초지수가 0이 된다는 의미는 장외파생상품(SWAP)의 평가를 0으로 해 스왑가치가 0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스왑계약이 조기 종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자산가치는 0원 수준으로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이 ETF는 △지수산출 중단 △상관계수 요건 미충족 △장외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등 사유가 발생해 상장폐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실제 상장폐지 된다면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현물형 ETF는 상장폐지 시점에 평가한 순자산가치(NAV)로 계산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만 러시아 ETF는 합성형으로 경우가 다르다.

합성형 ETF는 합성 거래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헤지자산(해외자산 MSCI지수 추종 ETF 등)의 가격 결정이 해당 상품의 자산가치 산정에 영향을 준다. 현재로선 그 헤지자산 마저 0원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 이 ETF 가치도 0원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내 러시아 자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이 현재 기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정지 위험과 상장폐지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추격매수 등을 자제하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부터 이 ETF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 측은 "필요한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매거래정지 등 불측의 시장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투자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