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달러 오를때 한국가스공사 이익은 70억 늘어난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3.0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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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 목표주가 줄상향. 현재 주가는 기업가치 절반에 불과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국제유가 1달러 오를때 한국가스공사 이익은 70억 늘어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자재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일단 국제유가에 불이 붙었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1년만에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고 천연가스 가격은 1개월 만에 20% 올랐는데 아직도 상승여력이 커 보인다. 서방국가들이 힘을 합쳐 제재하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3위 산유국이기도 하다. 미국도 러시아 에너지 제재 가능성을 내비치며 불붙은 유가에 기름을 붓는 중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원유나 천연가스에 투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금융시장에서 유가상승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은 많지만 대부분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해외 석유개발(E&P) 업체에 투자할 경우 디폴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국제유가와 연계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단점은 있다. ETF는 국제유가에 투자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긴 하지만 선물을 기초로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괴리가 생기거나 롤오버(만기연장)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가격변동이 극심하기 때문에 상상하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초유의 사태가 불과 2년 전이다.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2020년 4월20일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원유수요가 급감한데다 선물만기까지 겹쳤기 때문이었다.



원유는 수개월 전 계약대로 계속해서 생산됐는데, 급작스레 팔 곳이 없어지니 원유를 보관할 곳이 없어져 급기야 원유를 공짜로 주고 운송비까지 얹어줄테니 제발 가져만 가달라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시 수십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하루 이틀 사이 날린 ETF 투자자들이 허다하다.

원유에 투자하고 싶은데 리스크는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까지 얻고 싶은 욕심쟁이 투자자들이 주목할 상품이 있다. 바로 한국가스공사 (44,300원 ▲1,300 +3.02%)(Korea Gas Corporation, KOGAS) 주식이다.

국채만큼 안전한 주식, 상장 공기업의 대표주자 한국가스공사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가스공사 (44,300원 ▲1,300 +3.02%)는 가스도매 판매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이라 디폴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사실상 국채나 다름없다. 경기가 악화돼도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낮은 차입금리에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국제유가가 장기간 상승하는 국면에선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ETF처럼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채만큼 안전하고, 배당은 은행이자보다 높으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주가차익까지 볼 수 있는 3관왕이다. 안전성 측면에서 이 보다 완벽한 투자상품이 없다. 증시에 상장돼 있는 대표적인 공기업 중 하나로 △정부(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26.15% △한국전력 20.47% △국민연금 8.77% 등 3곳의 지분만 55.40%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는 한국가스공사법에 의해 1983년 정부투자기관으로 설립됐는데 당시 세계경제를 파탄에 몰았던 석유파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동국가들은 제4차 중동전쟁 직후인 1974년과 1978년 두차례 석유를 무기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이를 1차, 2차 석유파동이라 한다. 석유 뿐 아니라 이를 원료로 하는 화학제품까지 가격이 폭등하고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



1973년 초 배럴 당 2.9달러였던 국제유가는 1974년 1월 11.6달러로 올랐고 1979년에는 23달러가 넘었다. 한국은 1979년 3월 석유가격을 9.5% 올린 데 이어 1981년 11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무려 337%나 석유가격을 올려야 했다. 석유 가격이 오르니 석유로 만들던 각종 화학제품 재료 가격도 폭등했다. 당연히 소비자 물가도 급등했다. 1980년 물가가 무려 40%까지 치솟은 배경이다.

크게 놀란 정부는 제2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에 의존하던 에너지 수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난방과 발전분야의 연료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가 탄생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IMF의 압박으로 민영화될 뻔 했으나 한국전력처럼 1999년 12월 증시에 상장하는 조건으로 공기업으로 남을 수 있었다.

국내 천연가스 도매시장 100% 점유. 국제유가 상승구간에서는 이익증가하는 사업구조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유일의 천연가스 도매사업자로 시장 100%(자가소비를 위해 직수입하는 업체제외)를 점유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해외 원산지에서 LNG(액화천연가스)상태로 들여와 기화한 후 총 길이 4945km에 이르는 배관망을 활용해 발전소나 지역 도시가스 회사에 도매판매한다. 2020년 기준으로 도시가스 및 발전용 천연가스 사업부문이 매출의 94%를 차지하고, 해외사업 및 가스기술공사 관련사업이 나머지다. 용도별 판매 비중은 도시가스 56%, 발전용 44%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해외에서 들여올 수입 물량을 미리 선점해 놓는다. 수입 중 장기계약 비중이 80%를 오간다. 지금 공급하는 가스는 수개월 전 가격에 들여와 비축해 놓은 것이다. 최근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는 시기에는 판매가격은 현물 가격을 반영해 미리 올릴 수 있고, 수입원가는 수개월 전 낮은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물론 한국가스공사가 폭리를 취하진 못한다. 정부가 강력하게 판매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도매요금은 원칙적으로 유가 및 환율을 고려하는데 민수용은 2개월, 발전 및 상업용은 1개월 후 반영한다. 그래도 판매가격과 수입원가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이익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정한 가격결정의 큰 원칙은 '원료비+적정원가+적정 투자보수'다. 원료비는 두바이유 가격과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원료비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는 미수금 명목으로 수익을 잡아놨다가 추후 원료비 하락구간에서 회수하는 구조다. 적정원가는 인건비, 경비 등 가스공급을 위한 제반 비용으로 구성된다.



적정 투자보수는 요금기저(순가동설비, LNG 도입총액에 연동한 운전자본)에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곱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WACC는 기업의 총자본에 대한 평균조달비용을 말하는데 금리가 오를 때 같이 올라간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조달을 위해 해외 석유개발(E&P)에 참여하기도 한다. 정부의 삼엄한 가격규제를 받는 국내사업과 달리 해외 E&P는 규제를 덜 받는 편이라 성공만 한다면 회사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개년 합산 기준 4.6% 수준이나 도매사업에 비해 영업마진이 좀 더 높다. 주요 사업지역은 미얀마, 호주, 이라크 주바이르, 이라크 바드라 등이다.

이처럼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는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주식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사업구조 뒤에는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꼬리표가 달렸다. 해외 E&P는 국제유가와 연동해 수익이 나는 구조였는데 2020년 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폭락했던 당시 큰 폭의 적자가 나오기도 했다. 설상가상 설비고장과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 등이 겹쳤다.



국제유가 회복에 실적회복 급물살, 유가 1달러 오를때마다 영업익 70억↑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 24조9826억원, 영업이익 1조3345억원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매출 20조8337억원, 영업이익 8988억원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 앞서 2016년, 2017년에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국제유가가 회복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실적도 회복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잠정실적은 매출 27조5207억원, 영업이익 1조2396억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32.1%, 37.9% 증가한 수치다. 2020년 순손실 1606억원에서 2021년 순이익 9645억원으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올해는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금리인상, 수요급증, 해외E&P사업 호조가 한데 겹치며 실적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성장주 중심으로 흐르면서 한국가스공사 같은 가치주는 오랫동안 소외,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과거 유가상승 국면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7배 수준을 기록했고, 유가 하락기에는 0.2배를 기록했다. 현재 PBR은 0.4배 초중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당사의 전망치(2022년 WTI 기준 배럴당 75달러) 이상 상승한다면, 유가가 1달러 오를 때 마다 영업이익이 70억원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국내와 해외부문 영업이익 추정치 상향과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주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도 "유가 상승세, 해외 사업 관련 리스크해소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실적개선은 유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권가 목표주가 상향조정도 잇따르는데 NH투자증권은 6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고 전체 평균은 5만7000원 가량이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과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배당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전통적으로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는데 2020년에는 실적부진으로 현금배당이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올해는 큰 폭의 실적개선과 기대이상의 배당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가스공사의 영업이익은 1조4100억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하는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영업외 손익에서 큰 변수가 없다면 기말 배당도 2500원 이상의 고배당(시가배당률 6.6%)이 기대되는 만큼 유틸리티 주식으로서의 매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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