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크라이나, 피·땀·눈물의 스토리…"푸틴 죗값 받을 것"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성진 기자 2022.03.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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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7-①대한민국의 우크라이나 사람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파란 하늘과 황금빛 들판. 우크라이나의 국기.파란 하늘과 황금빛 들판. 우크라이나의 국기.


파란 하늘에 황금빛 들판. 그것을 상징하는 파란색 상단과 노란색 하단의 깃발.

우크라이나의 국기는 직관적이다. 국기만 봐도 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삶의 터전일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처럼 부유하진 않을지 몰라도, 개개인 모두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공간.



그곳에는 용맹한 사람들도 있다. 삶의 터전을 침범한 독재자의 야욕에 대통령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굴복은 없다"며 한 뜻으로 맞선다. 결국 '스트롱맨'으로 불리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중 한명이 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놀라운 용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온 용맹한 사람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김태희가 밭을 가는 나라" 정도의 편협하고 가벼운 설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찐터뷰'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 관한 얘기다. 그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강인함, 그리고 그곳을 침공한 독재자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내 조국, 소중한 내 고향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아름답냐고요?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깝네요. 우리 고향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모든 공원, 거리, 분수…제가 도저히 묘사를 할 수가 없네요."

지난 1일 서울 정동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있었던 반전시위에서 만난 50대 여성 옥산나씨는 이같이 말을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그가 "정말 아름답다"고 한 고향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러시아 인근에 있어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의 민가에도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하르키우 시청 건물이 폭격받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퍼지며 전세계 누리꾼에 충격을 줬다.

(하르키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에 파괴된 시청과 차량이 보인다. (하르키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에 파괴된 시청과 차량이 보인다.
옥산나씨 외 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상황은 모두 비슷했다. 아름다운 고향에 둔 나만의 소중한 공간. 하지만 그 터전이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 옥산나씨는 고향을 떠올리며 "제발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이라고 했다. 그의 뺨에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도 크이우(키예프) 출신의 모델 아나스타샤씨(25세, 여성)는 "사람들이 전쟁 전 우크라이나를 와봤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크이우의 '마더랜드 동상', 그 뒤로 흐르는 드니프로강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크이우 역시 러시아군과의 격전지가 된 상황이다. 아나스타샤씨는 "우리 도시가 영웅처럼 싸우고 있다. 너무나 슬프다"고 언급했다.

크이우의 '미하일리우스키 졸로토베리 사원'을 좋아한다는 삼성전자 직원 보단씨(41세, 남성)는 "사원 뒷편에 정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혼자 사원에 가 생각에 잠기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원을 파괴하려던 러시아 공작원들이 붙잡혔다더라"라며 씁쓸해했다.

자포리자에서 온 태티아나씨(25세, 여성)는 "드니프로강 위 코르티시아섬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그 장소들이 파괴되지 않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왔다는 폴리나씨(27세, 여성)는 "마을 한 가운데 광장을 좋아했는데, 러시아인들의 폭격에 의해 파괴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크이우의 '마더랜드 동상'과 드니프로강, 그리고 도시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처크이우의 '마더랜드 동상'과 드니프로강, 그리고 도시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미쳤다, 살인마, 폭군…"푸틴은 죗값 치러야"
이런 아름다운 조국을 별다른 명분도 없이 침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할 말이 많았다. 그들 중 다수가 "너무 할 말이 많아서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였다. 그들의 입장을 여과장치를 최소화한 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푸틴은 미쳤다. 그저 어떻게 더 역사에 자기 이름을 남기고, 어떻게 권력을 더 가질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러시아 사람들도 좀 깨달아야 한다. 푸틴을 러시아 사람들이 갈아치웠으면 좋겠다."(사샤, 28세 여성)

"푸틴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이 모든 죽음과 파괴의 책임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사람들도 너무 많이 죽었다. 그는 18세밖에 안 된 러시아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린다, 가명, 21세 여성)

"푸틴은 살인마다.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과 아이들도 죽이고 있다. 당장 전쟁을 멈춰야 한다."(김올레, 34세 남성)

"모든 사람들은 살아갈 권리가 있다. 왜 이 평범한 사람들이 푸틴 때문에 죽어야 하는가. 정말 미친 생각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옥산나)

"푸틴은 사람이 아니다. 폭군이다. 광기와 공포에 대한 죗값을 치를 것이다."(아나스타샤)

"푸틴은 인간성을 무시한 데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보단)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한들 알아듣겠나."(폴리나)

"우크라이나는 푸틴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한 일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태티아나)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2.2.27/뉴스1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2.2.27/뉴스1
"100% 승리"…우크라이나의 '스토리'가 쓰여진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침략자 푸틴 대통령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 조국을 잃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가 놀란 우크라이나인들의 용맹함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세계적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가 푸틴 대통령은 이미 패배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근본을 세울 수 있는 '이야기(story)'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처럼, 그들의 공동체 의식은 치솟고 있었다. 이번에 만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모두 지구 반대편 조국과 가족·친구들이 처한 상황에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우리가 승리한다. 절대 무릎꿇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든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써지고 있었다. 참혹한 고향 소식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던 옥산나씨도 "러시아군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매우 강인하다.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고려인 출신인 김올레씨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또 평화롭게 살고픈 마음도 크다"며 "만일 악(evil)이 가장 소중한 평화와 자유를 앗아가려 하면 무기를 들고 조국을 지킬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샤씨는 "확실히 우리가 이길 것이다. 100% 확실하다"며 "우리는 애국심이 굉장히 강하다. 특히 러시아 관련 일이 있으면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과거 1930년대 소련의 수탈로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이 죽었던 '대기근'을 거론하며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같은 나라여야 한다고 하면 억울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크이우=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서 한 신혼부부가 결혼한 지 하루 만에 도시 방위군에 합류한 뒤 소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크이우=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서 한 신혼부부가 결혼한 지 하루 만에 도시 방위군에 합류한 뒤 소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나스타샤씨는 "한국인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난 항상 '정신력(mentality)'이라고 답했다"라며 "과거에는 그 누구도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우크라인들이 단결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장면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의 권리와 지켜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안다. 어떤 위협이나 무기에도 겁 먹고 도망치지 않는다"라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결사항전에 놀랐느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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