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쪽이 이긴다. 선거의 속설이다. 살얼음판 승부다. 지면 다 죽는다는 건곤일척 큰 싸움이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 거대 양당 모두 만만치 않다. 선거판에서 실종됐던 '통합'은 간절함과 맞물리며 선거 막판에서야 등장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는 민심의 준엄한 경고였다. 민주당은 달라진 게 없었다. 대선에서 궁지에 몰리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용퇴론'이 튀어나왔지만, 누구 하나 선뜻 몸을 던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민통합정치론'까지 꺼내 들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통합·연합 정부, 선거제 개편…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상대적으로 절박함이 덜해 보였다. "안 돼도 이길 수 있다"는 오만 때문이었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러다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단일화에 합의했다. 기치로 내세운 게 '국민통합정부'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승자독식, 분열의 정치를 넘어서겠다는 거다. 어떻게든 정권 교체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코 앞 대선. 지지층이 총결집했다. 남은 건 중도·부동층 표심이다. 누가 얼마나 더 끌어올 수 있느냐다. 그래서 벌어지고 있는 게 두 후보 간 생경한 '통합정부' 프레임 전쟁이다. 모두 자신이 통합의 적임자로 자부한다. 공허하다. 상대방을 고사시키겠다는 선거공학적 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만, 결국 국민의힘(윤석열)은 빼고, 민주당(이재명)은 빼고 다 같이 가겠다는 것 아닌가. 대전환의 시기인데, 국론은 두 동강 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정부 운영이 어렵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거대 여당과 야당을 적대시하며 배제한 체 정치개혁의 시발인 협치가 가능할까. 선거 후가 더 걱정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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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국정운영을 원하는 대통령은 협치를 원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급한 데 언제 합의하나' 야당을 무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협치만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존과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권력 분산, 절제된 권력. 대통령이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쉽지 않다. 닷새 후 새롭게 등장할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