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치 올려라"..주주행동주의 나서는 운용사들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2.03.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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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치 올려라"..주주행동주의 나서는 운용사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들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주주행동주의'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여느때보다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스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다. 이 운용사는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의 이창환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신생 운용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에스엠 (81,000원 ▼1,500 -1.82%)에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20년 넘게 지속 중인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종료라고 요구했다. 에스엠의 기업가치 하락 요인으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등 거버넌스 문제가 지속적으로 꼽혔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에스엠은 지난해 3분기까지 181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지급하는 등 상장 후 현재까지 총 1427억원을 지급했다"며 "단순히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문제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수만 회장이 실질적으로 모두 임명한 에스엠의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21일 에스엠에 곽준호 KCF테크놀러지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하기도 했다. 곽 전 CFO는 GS홈쇼핑 해외사업팀, SK하이닉스 금융팀, 오비맥주 자금팀 등을 거친 재무 관리 전문가다.

운용사 측은 "최근 잦은 분기 순이익 '어닝 쇼크', 세금 추징, 최대주주와의 대규모 특수관계인 거래, 주주환원정책 부재 등 다양한 요인으로 에스엠이 자본시장에서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며 "따라서 외부 주주가 추천한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감사 선임이 이러한 저평가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VIP자산운용은 지난달 9일 한라의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 (33,250원 ▼100 -0.30%)의 지분 5% 이상을 새롭게 취득하며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자회사 지분 100% 취득 등을 요구했다. VIP자산운용은 "기업가치 개선 효과가 주주환원 및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사주 매입·소각 등 명확한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 (57,800원 ▲300 +0.52%)에 배당 증대와 함께 소수주주의 권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집중투표제란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주식 1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소수주주도 의결권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이사회에 한 명 이상의 임원을 선임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권리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또 SK케미칼의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후보로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본부 대표를 추천했다. SK케미칼 이사회 구성에 법률과 ESG 분야 전문가가 없는 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박철홍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하라는 취지에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난달 14일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약 18%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발빠르게 지난해말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12월 언더웨어 전문회사 BYC (38,000원 ▼750 -1.94%)에 주주서한을 보내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과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 활용 등 5가지를 요구했다.

이 같은 자산운용사의 주주행동주의 움직임 따라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지배구조'의 개선과 주주 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감사위원회센터는 "투자자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회사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대응이 효과적이지 않을 경우,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들의 우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주주행동주의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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