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잔디환경 연구소. /사진=삼성물산
움푹 팬 헐벗은 그라운드와 시든 잔디는 유럽축구를 보며 눈이 높아진 축구팬들이 K리그에서 정을 떼는 고질병이 된지 오래다. 국내 축구장은 사계절 푸른 빛깔을 내는 양잔디 '켄터키 블루그라스'를 쓰는데, 고온 다습한 환경은 물론 영하권의 한파에도 취약해 사계절 내내 경기를 치르는 K리그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건조하고 추운 겨울의 여파로 잔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단 점에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코로나 검사처럼 잔디도 PCR 받는다고?
김경덕 잔디환경연구소장이 잔디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삼성물산
1993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잔디 전문 R&D 기관으로 골프계에선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온갖 식물에 더해 골프장 잔디까지 관심을 가졌던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골프장 잔디관리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세워졌다. 인원은 5명으로 소규모지만 병리 전문가인 김 소장을 비롯해 잔디관리 컨설팅(이형석 프로), 토양·수질(장공만 프로), 농약(홍범석 프로), 해충방제(박유정 프로) 등 잔디 생육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였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잔디환경연구소 연구원들이 드론과 각종 장비를 활용해 골프장 품질을 점건하는 모습(왼쪽)과 김경덕 연구소장이 각 잔디별 생육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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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우리 골프장 뿐 아니라 30여개 외부 골프장까지 맡아 잔디 등 골프장 코스 전반의 품질을 평가하고 컨설팅해왔다"며 "미국의 경우 옥수수 다음으로 큰 농장산업이 잔디인데 우리가 만든 잔디의 병해·건조 피해를 알려주는 잔디예보시스템이나 그린·티·페어웨이 마다 잔디품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강조했다.
골프→축구→식물종합병원 확장 구상
축구장 잔디 관리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물산
김 소장은 "2018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컨설팅을 제안했고, 1년 뒤 첫 작업을 진행했는데 성과가 좋아 K리그 전체를 맡게 됐다"며 "축구장은 돔형태가 많아 환기도 안되고 축구선수들이 격렬하게 뛰며 답압(밟는 압력)도 큰데다 각종 콘서트·축제 등 행사에도 이용되다 보니 잔디가 자리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플랜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달 말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출장을 다니며 각 구장별 지반 및 잔디상태 등을 점검하고 최적의 솔루션(해결방안)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소장은 "잔디에 대한 전문성이나 장비·투자가 부족하다보니 잔디 관리자들이 어려움이 상당한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을 제시해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향후 잔디를 활용하는 야구장 컨설팅 뿐 아니라 다양한 나무들 식물 전반을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