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모습/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2020년(3만1881달러)보다 1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화 기준으로는 4024만7000원으로 7% 늘었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유엔(UN)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1881달러로 세계 36위였다. 1위는 리히텐슈타인(19만44달러)이 차지했고 △모나코(17만3696달러) △버뮤다(12만2335달러) △스위스(8만803달러) △룩셈부르크(7만4956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4만770달러)은 29위를 기록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들로만 추려보면 우리나라는 이탈리아(3만1622달러)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1인당 GNI가 큰 폭 증가한 것은 이를 구성하는 경제성장률과 GDP디플레이터(종합물가),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2.3%으로 직전해에 비해 1%포인트(p) 상승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3.0% 하락해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 충격에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
연간 실질 GDP는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하고 2010년(6.8%) 이후 11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2%로 집계되면서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1.1%) 대비 0.1%포인트 상향 수정됐지만 연간 성장률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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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상향된 것은 설비투자가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음에도 재화수출(0.4%포인트)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총저축률은 36.1%로 저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해 2017년(3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총투자율은 31.5%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1인당 GNI 4만달러 달성까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은 국가의 자본과 노동력·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한 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수준을 뜻한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19~2020년 2.5~2.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OECD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로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등이 심화대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1인당 GNI 4만달러 조기 달성을 위해선 경제 펀더멘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을 위한 조건' 보고서에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일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2027년 4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년 내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994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불대에서 12년만인 2006년 2만불을 넘어섰고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1년 만에 3만불을 돌파한 뒤 4년 만에 3만 5000불을 넘어섰다"라며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코로나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공급망 차질,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