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5만불 넘었다…인구 5천만 이상 중 6위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2.03.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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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 중구 명동 모습/사진=뉴스1 서울 중구 명동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처음으로 3만5000달러(약 4200만원)의 문턱을 넘었다. 재작년 기준으로 전체 국가 중 36위,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들 가운데 이탈리아보다 앞선 6번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4.0%로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2020년(3만1881달러)보다 1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화 기준으로는 4024만7000원으로 7% 늘었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지 11년 만인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대로 들어섰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올랐지만 2019년(3만2204달러)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2020년(3만1881달러)은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2년 연속 쪼그라들다 지난해 3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유엔(UN)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1881달러로 세계 36위였다. 1위는 리히텐슈타인(19만44달러)이 차지했고 △모나코(17만3696달러) △버뮤다(12만2335달러) △스위스(8만803달러) △룩셈부르크(7만4956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4만770달러)은 29위를 기록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들로만 추려보면 우리나라는 이탈리아(3만1622달러)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0년 EU(유럽연합) 평균은 3만4234달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3만8598달러로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이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순위는 국제기구에서 미 달러화 기준으로 집계하는 5월 이후 확인이 가능하다.

1인당 GNI가 큰 폭 증가한 것은 이를 구성하는 경제성장률과 GDP디플레이터(종합물가),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2.3%으로 직전해에 비해 1%포인트(p) 상승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3.0% 하락해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 충격에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국민소득을 끌어올렸다.

연간 실질 GDP는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하고 2010년(6.8%) 이후 11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2%로 집계되면서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1.1%) 대비 0.1%포인트 상향 수정됐지만 연간 성장률은 그대로였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상향된 것은 설비투자가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음에도 재화수출(0.4%포인트)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총저축률은 36.1%로 저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해 2017년(3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총투자율은 31.5%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1인당 GNI 4만달러 달성까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은 국가의 자본과 노동력·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한 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수준을 뜻한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19~2020년 2.5~2.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OECD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로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등이 심화대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1인당 GNI 4만달러 조기 달성을 위해선 경제 펀더멘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을 위한 조건' 보고서에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일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2027년 4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년 내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994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불대에서 12년만인 2006년 2만불을 넘어섰고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1년 만에 3만불을 돌파한 뒤 4년 만에 3만 5000불을 넘어섰다"라며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코로나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공급망 차질,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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