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의 역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실적으로 원전만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저전원이 없고, 한국은 유럽과 달리 지리적으로 외국에서 전력을 빌려오기도 어려운 '에너지섬'이라는 점에서다.
탈원전 5년의 그늘
부지선정 등 사업 초기단계에서 백지화된 천지 1·2호기의 경우 총 979억2000만원의 손실이 났다. 그나마 사업진척이 늦었던 대진 1·2호기에선 34억5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취소에 따른 손실만 추계한 것으로 전후방 연관산업 피해와 일자리 감소, 원전 운영에 따른 기대이익 등이 사라진 간접적 피해, 원전 가동률 축소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확보비용까지 더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직간접 사회적 손실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단계적 정상가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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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택소노미를 발표한 한국에서도 원전을 녹색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국처럼 전력풀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탈핵론자들이 지적하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도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원전기술력에 비춰볼 때 과도한 우려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원전은 방사능 유출이 없도록 다중방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설비가 여러 개로 독립·분산돼 설계상 안전성을 갖췄다. 지진에 대한 대비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한울 원전은 규모 6.5, 새울·월성·한빛·신한울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도높은 안전성 검사와 보완이 이뤄졌다. 국내 가동 원전 전체가 7.0에 맞춰 성능이 강화됐다.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의 경우 유럽사업자요건(EUR)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했을 정도다.
스위스 베른주 구타넨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지하연구시설 그림젤연구소 입구 전경. 알프스산맥 해발 1700m의 암벽 안에 연구소를 만들었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사진=유영호
궁극적으론 임시저장시설이 아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하다.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리 원전과 한빛 원전, 한울 원전이 2031~2032년 우선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 원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장시설의 83.8%가 포화됐으며 한울 원전은 저장용량의 80.8%, 한빛 원전은 74.2%의 포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80년 쓰는 美원전
고리원자력본부
전문가들은 이념보다 과학에 근거한 현실적 대안으로 신규 원전 건설은 자제하되 현재 40년인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규 원전 건설, 폐로 등의 금전적 비용과 부지 선정, 고압선, 고준위 폐기물 문제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 25기(24.7GW)의 원전이 운영 중인데 2025년엔 총 26기가 가동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국내 원전은 고리 2호를 포함해 총 10기다. 미국은 최근 설계수명 40년인 원전을 최대 80년까지 가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미국이 운영하는 원전 94기 중 86기(91%)의 수명이 연장됐다. 일본도 원전 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역주민 등의) 수용성 문제 때문에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 사용연한을 연장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서 그린수소(무탄소 청정수소) 생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