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코인 채굴장' 몰아내고 짓는 이것…매년 74조 쏟아붓는다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03.0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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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구이저우에 위치한 차이나모바일 데이터센터/사진=중국 인터넷구이저우에 위치한 차이나모바일 데이터센터/사진=중국 인터넷


중국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 2월 중순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인근 징진지, 장강삼각주 등 중국 8개 지역에 국가 컴퓨팅 허브를 건설하고 10개 국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조성을 위한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건데, 해당 프로젝트로 인해 매년 4000억 위안(74조원)의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수서산(東數西算)의 수(數)는 데이터, 산(算)은 컴퓨팅 능력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컴퓨팅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동쪽지역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서쪽으로 옮겨서 보관하고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낙후된 서부지역에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시설을 구축해, 동부지역에 디지털 인프라가 치중된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는 게 목표다.

'동수서산'의 8개 국가 컴퓨팅 허브와 10개 국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사진=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동수서산'의 8개 국가 컴퓨팅 허브와 10개 국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사진=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가 국가 컴퓨팅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역은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 장강 삼각주, 위에강아오(?港澳:광둥-홍콩-마카오), 청위(成?)지역(청두-충칭)네이멍구, 구이저우, 간쑤, 닝샤 등 8개 지역이다.



앞의 4개 지역은 경제가 발달한 곳으로서 이 지역의 데이터를 서쪽에 위치한 뒤쪽 4개 지역의 데이터센터로 옮겨서 보관하고 분석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수서산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중국 4대 공정 얘기를 잠깐 해보자.

중국 4대 공정: 남수북조, 서전동송, 서기동수, 동수서산
中이 '코인 채굴장' 몰아내고 짓는 이것…매년 74조 쏟아붓는다 [차이나는 중국]
중국 국토면적은 한국의 약 96배인 960만㎢에 달한다. 수자원, 전력자원,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이 한 지역에 쏠린 경우가 많아서 그동안 중국은 자원 재분배를 위한 남수북조(南水北調), 서전동송(西電東送), 서기동수(西氣東輸)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남수북조는 남부의 풍부한 담수자원을 물이 부족한 북부로 끌어오는 프로젝트다. 서전동송과 서기동수는 서부의 풍부한 전력자원과 천연가스를 동부로 전송하는 계획으로서 '서부대개발' 계획의 주요 프로젝트다. 특히 서전동송은 초기 투자금액만 5200억 위안(약 9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번에 발표된 동수서산(東數西算) 역시 '동서'(東西)의 자원을 재분배하는 서부대개발 계획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동수서산은 최초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전력소모량이 큰 산업이지만, 모두 징진지(京津冀), 장강삼각주, 주강삼각주 등 전력이 부족한 동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반면 중서부지역은 수자원, 석탄, 풍력, 태양광 자원이 풍부해 전력이 넘쳐나지만 데이터센터는 드물다.

중국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포현황을 보면, 화북(26%), 화동(29%), 화남(24%) 등 79%가 경제가 발달한 징진지와 동부지역에 위치해 있고 서남(10%), 서북(3%) 등 서부지역 비중은 극도로 낮다. 앞으로는 전력이 부족한 동부지역 대신 전력상황이 좋은 서부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전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동수서산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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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대도시와 전력이 남아도는 서부지역
중국 지역별 전기 수급 현황을 보면, 단박에 동수서산 프로젝트가 이해된다. 베이징, 상하이, 광둥은 발전량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2020년 베이징 발전량은 4만5700GWh(기가와트시)이지만, 전력소모량은 11만4000GWh로 전력부족량이 6만8300GWh에 달한다. 반면 네이멍구, 간쑤, 닝싸, 구이저우는 발전량은 많지만 전력사용량이 적어서 전기가 남아 돈다. 이들 지역은 전기가격(kWh당 약 0.4위안)도 베이징(0.74위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 아리윈이 데이터 센터를 설치한 네이멍구의 우란차부시를 살펴보면 이들 지역의 장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우란차부시는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밀집한 곳으로 넓은 초원에서 즐기는 '초원 피서'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설치된 아리윈 데이터센터는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연평균 기온이 4.3℃에 불과하기 때문에 1년 중 10개월은 별도로 냉각시설을 가동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데이터센터를 위한 천혜의 조건이다. 화웨이 역시 우란차부시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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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장 대신 데이터센터
중국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서부지역과 네이멍구는 비트코인 채굴장이 밀집됐던 지역이다. 비트코인 채굴업자가 채굴장을 이들 지역에 설치한 이유 역시 전력이 풍부하고 평균기온이 낮아서 냉각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장을 모두 폐쇄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모든 암호화폐 관련 기업활동을 불법화한 바 있다. 지금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장이 빠져나간 네이멍구와 서부지역에 중국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고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장에서 전력비용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 역시 운영비 중 전력비용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서부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뿐만 아니다. 동쪽 끝에 있는 상하이에서 서부 내륙인 간쑤 칭양시까지의 거리는 1500㎞가 넘는다. 동수서산은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광케이블, 5세대(5G) 이동통신망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향후 동수서산으로 인해, 중국의 5G, 인공지능(AI), 산업인터넷이 고속성장하며 중국의 디지털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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