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평 관리비 月55만원 폭탄...위층보다 20만원씩 더내라고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3.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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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송우미라피아노' 타운하우스 84㎡ 저층 입주민이 받은 올해 1월 관리비 고지서. 위층 세대보다 20만원 높은 약 55만원의 납부액이 적혀 있다. /사진=입주민 제공 '삼송우미라피아노' 타운하우스 84㎡ 저층 입주민이 받은 올해 1월 관리비 고지서. 위층 세대보다 20만원 높은 약 55만원의 납부액이 적혀 있다. /사진=입주민 제공


"전용 84㎡(옛 34평) 주택인데 1월 관리비 55만원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위층 세대(3~4층)보다 20만원 더 내는데 이 문제로 입주민끼리 원수가 됐습니다."

지난해 말 집들이를 시작한 고양시 삼송동 신축 타운하우스 단지 '우미라피아노' 저층 입주민들이 관리비 책정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같은 크기 주택을 분양받았는데 윗집보다 매월 20만원 이상 관리비를 더 내야하기 때문이다.



저층 입주자 관리비 폭탄...위층보다 월 20만원 더 내야하는 이유
이 단지는 6개 블록에 걸쳐 단독주택 234가구와 연립주택 299가구 총 527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관리비 갈등은 연립주택에서 불거졌다.

시공사 우미건설은 연립주택을 분양하면서 각 층에 전용 서비스 면적을 준다고 홍보했다. 1·2층 세대는 지하 알파룸과 앞마당, 3·4층 세대는 테라스와 다락방 등이다. 건물은 4층이나 실제론 2세대가 거주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저층 입주민에 제공한 '지하 알파룸'은 홍보와 달리 서비스 면적이 아닌 주거 공용면적에 포함됐다. 현관, 계단, 복도 등 입주민이 공동 생활하는 공간으로 인식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저층 주택 총 공급면적은 136~152㎡로 위층 세대 공급면적(105~106㎡)보다 커졌다. 주택 내부 크기는 전용 84㎡로 위층과 같지만, 관리비는 40평대 대형 평형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

지하 알파룸만 공용면적에 포함된 이유는 주택공급 규칙에 '내부 공간의 앞뒤, 좌우, 천장이 모두 막힌 지하층은 바닥면적에 산입'토록 규정된 까닭이다. 반면 위층 세대에 제공한 테라스나 다락은 개별 가구가 전용으로 활용해도 공간 일부가 외부로 노출돼 주거 공용면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사진 왼쪽이은 우미건설이 저층 세대에 '나만의 특화공간'이라고 홍보한 지하층 알파룸 공간 활용 전시물. 하지만 실제 입주민들은 사진 오른쪽처럼 오수관이 노출됐고 공업용 제습기를 돌려야 하는 공간을 제공 받았다. /사진제공=입주자사진 왼쪽이은 우미건설이 저층 세대에 '나만의 특화공간'이라고 홍보한 지하층 알파룸 공간 활용 전시물. 하지만 실제 입주민들은 사진 오른쪽처럼 오수관이 노출됐고 공업용 제습기를 돌려야 하는 공간을 제공 받았다. /사진제공=입주자
와인바, 당구장 쓸 수 있다 홍보했지만...현실은 오수관 노출된 '애물단지' 공간
지하 알파룸 시공 상태도 논란거리다. 분양 당시 모델하우스에선 이곳을 와인바, 당구장, 골프연습장, PC방 등 여가 공간으로 꾸며놓고 '나만의 특화공간'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완공된 건물 내부 지하 공간은 이런 홍보가 무색하다. 천장엔 오수관 등 각종 배관이 어지럽게 노출됐고, 층고도 매우 낮다. 사전점검 때 공업용 제습기를 틀어야 할 정도로 내부 환경도 열악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의 허위, 과장 광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주민은 "위층 세대 화장실에서 발생한 생활오수가 흘러내려오는 소리로 배관 소음이 엄청나다"며 "이런 곳에서 영화를 보고, 와인을 마시고, 골프연습을 하라니 속이 터진다"고 했다.

지하 알파룸은 저층 입주민만 사용해 개별 관리를 받을 수 없는데 공용공간으로 포함시킨 것도 이해할 수 없고,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관리비를 부과하는 법적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와 건물 관리를 위탁받은 업체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거 면적이 더 크면 관리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층 입주민들은 지하층을 분양 시 서비스 면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관리비 납부액을 현실화하려면 건설사와 관리 주체가 운영비를 일부 부담하거나, 위층 세대가 지금보다 관리비를 조금 더 부담토록 관리규약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건물 설계상 위층 세대가 좀 더 많아 다수결로 하면 관리규약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지 구조 상 위층 세대가 저층 세대보다 약 10가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미건설이 분양 홍보 시 제공한 지하 알파룸 활용 예시. 입주민들은 현재 공간 여건상 불가능한 활용법으로 허위 광고라고 지적한다. /사진제공=입주자우미건설이 분양 홍보 시 제공한 지하 알파룸 활용 예시. 입주민들은 현재 공간 여건상 불가능한 활용법으로 허위 광고라고 지적한다. /사진제공=입주자
건설사 측은 잇단 민원에 설계상 공급 면적을 조정해 관리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반려해 추가 대안을 고민 중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저층 세대 입주민들이 관리비 문제로 민원을 제기해 해결책을 찾아 봤지만, 관할 지자체가 입주민 자체적인 해결을 권고해 먼저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한 입주민은 "저층 세대 관리비 폭탄 구조를 만든 건설사가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분양 후 발뺌한다"며 "세대 구성상 관리규약 개정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주민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미건설 측은 지하 알파룸 부실 시공 논란에 대해선 "입주민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점은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허위, 과장 광고 논란에 대해선 "실제 건축물과 다르다는 점을 고지했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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