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인 시민 50명…"우리는 우크라와 함께 섭니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2.03.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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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쯤 한국인과 재한 우크라이나인 등 50여명은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사진=김성진 기자1일 오후 2시쯤 한국인과 재한 우크라이나인 등 50여명은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3.1절 당일 서울 정동의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국인과 우크라이나인 등 50여명은 1일 오후 1시쯤 러시아대사관 부근에서 '러시아 침공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우크라 국화인 해바라기와 케모마일 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 "Blooming Peace"(평화를 꽃 피우며)를 다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주최 측은 "SNS를 타고 평화의 메시지가 러시아까지 전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양각색 포스터를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규탄했다. 한 시민은 "한국인들은 우크라와 함께 섭니다(Koreans stand with Ukraine)"이라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디자인 전공자인 윤태준씨(27)는 캠페인을 위해 해바라기 이미지를 그렸다. 윤씨는 "우크라 사람들의 일상이 망가지는 걸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며 "푸틴에게 '전쟁은 그 어떤 문제의 해결방법도 될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쯤 한국인과 재한 우크라이나인 50여명은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사진=김성진 기자1일 오후 2시쯤 한국인과 재한 우크라이나인 50여명은 서울 중구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집회 참가자 중엔 전날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4시간을 기다리며 대사를 만나려 했다는 대학생도 있었다. 대학에서 한국역사를 배우는 정요한씨(23)는 "대사를 만나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며 "우리는 70여년 전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을 잘 알지 않나.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인으로서 우크라 침공에 무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양영미씨(52)는 20여년 전 숨진 참전용사 친부를 통해 전쟁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취사병이었던 친부는 적을 사살한 적은 없지만 시신을 너무 많이 봐서 평생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한다.

양씨는 "전쟁은 참전한 사람뿐 아니라 그 가족에도 큰 상처를 남긴다"며 "푸틴은 욕심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푸틴이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재한 우크라인들도 참여했다. 사샤는 "한국 구호단체들이 벌써 우크라에 후원금을 보냈다고 하더라. 우크라인으로서 감사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우크라에 남은 사샤의 부모님은 지하실에 숨어 살며 음식이 부족한데 은행에서 돈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절대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사샤는 "전쟁 그만, 우크라에 평화를(No war, peace in Ukraine)"이라며 "우크라를 향한 한국 사랑에 감사드린다. 우크라를 끝까지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앞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앞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같은 시각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주한 우크라 대사관 앞에는 우크라를 응원하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두 하트 사이 우크라 국기를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함께"라 적힌 포스터도 있다. 정(情) 자가 크게 적힌 초코과자 3박스를 놓고 간 시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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