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제2도시 폭격…"거리 수십구 시신, 산채로 불타"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임소연 기자 2022.03.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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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하르키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인근에서 치른 전투로 파괴된 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C) AFP=뉴스1  (하르키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인근에서 치른 전투로 파괴된 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C) AFP=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닷새만에 전투종식을 위한 위한 1차 회담이 열렸지만 성과없이 끝났다. 교전은 계속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제2 도시에서는 민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포격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러시아의 공격 수위는 높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핵 위협'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은 광범위한 경제제재를 추가 부과했다.



우크라-러시아 1차 회담 성과없이 종료…며칠내 2차 회담
벨라루스 국경도시 고멜에서 2월 28일(현지시간)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투종식을 위한 1차 회담은 5시간만에 성과없이 끝났다. 양측은 며칠 내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2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 돈바스 등 영토반환을 요구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중립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은 "우리는 모든 의제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며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회담 후 비디오 연설을 통해 "협상단이 키예프로 돌아오면 우리가 들은 것을 분석할 것"이라며 "그리고 난 다음 두 번째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AFP=뉴스1) 최종일 기자 =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왼쪽 2번째)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벨라루스 고멜 지역에 도착했다.   (C) AFP=뉴스1  (AFP=뉴스1) 최종일 기자 =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왼쪽 2번째)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벨라루스 고멜 지역에 도착했다. (C) AFP=뉴스1
우크라 제2 도시에 로켓 폭격…민간인 수십명 사망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주택가에 가한 로켓 폭격으로 어린이 등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은 하리코프에서 며칠 째 교전 중이었는데, 그 여파가 민간지역에까지 미친 것이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셔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고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포격 하루 만에 적어도 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 3명을 포함한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방공호에서 식수를 확보하러 밖으로 나온 4명이 숨지고, 성인 2명과 어린이 3명 등 일가족은 산 채로 차 안에서 불에 탔다"며 "정말 끔찍하다. 하르키우 시 역사상 최악의 파괴"라고 말했다.

올레크 시네구보프 하리코프 지방행정국장도 텔레그램에 "도시 거리에서 수십 구의 시신을 볼 수 있다. 민간인 수십 명이 죽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기반 시설 또는 무장시설이 없는 민간인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며 "1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행정국장은 또 "러시아가 모든 국제 협약에서 금지된 무기, 특히 진공 폭탄을 사용해 주거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여기에는 군사 기반 시설이 없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열압력탄으로 불리는 진공 폭탄은 핵무기를 제외한 폭탄 중 가장 큰 위력을 갖고 있다.

폭격 맞은 하르키우 민간 지역/사진=AFP폭격 맞은 하르키우 민간 지역/사진=AFP
앞서 미 국방부는 국경에 집결했던 러시아군 전투력의 75%가 우크라이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7일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향해 5km 전진했고, 현재는 수도 중심에서 25km 이내를 둘러싸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지역에 대한 포격은 러시아 공격 수위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공격적인 전술을 꺼내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NBC는 전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도 하리코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로켓 공격이 이뤄졌다며 이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반키우=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이반키우 남동쪽 도로에 러시아군의 차량 행렬이 보인다. 2022.03.01.[이반키우=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이반키우 남동쪽 도로에 러시아군의 차량 행렬이 보인다. 2022.03.01.
러 '핵위협 카드'…벨라루스에 핵배치 우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가혹한 제제' 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동시에 '특별 전투 준비태세'로 전환하며 긴장을 키웠다.

러시아 국방부는 다음날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략미사일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등의 당직팀과 장거리비행단(전략폭격기 비행단) 지휘부가 강화 전투 준비태세로 돌입했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에 장소를 제공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지난 27일 대통령 연임 제한 조항 개정과 비핵화 정책 철회, 러시아 병력의 영구적 주둔 허용에 관한 내용을 담은 개헌안에 투표했다.

EU는 "우리는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가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그것은 러시아가 핵무기들을 벨라루스에 둘 것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매우 위험한 길"이라고 말했다.

(AFP=뉴스1)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C) AFP=뉴스1  (AFP=뉴스1)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C) AFP=뉴스1
핵전쟁 우려 질문에 바이든 "아니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꺼내든 '핵 위협' 카드가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대러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들이 핵전쟁에 대해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핵 태세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국의) 핵 경보 수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으며, 전 세계 모두가 이 같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낮 80여 분간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정상들과 다자 전화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핵 위협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 리스트에 올린 서방은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암호자산 압수 권한을 담은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 선박 입항 금지와 세컨더리 제재 등 대러 제재를 계속 내놓고 있다.

[키예프=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공격에 저항하기 위해 도시 방위군에 합류한 시민들이 총기를 다루고 있다. 2022.02.27.[키예프=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공격에 저항하기 위해 도시 방위군에 합류한 시민들이 총기를 다루고 있다. 2022.02.27.
'난공불락' 키예프…러시아군 예상외 고전
침공 1∼4일 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함락할 것이라는 당초 서방의 전망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과 보급 차질로 러시아군은 고전하고 있다.

현재 소셜미디어에는 파괴된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들의 영상이 계속 올라온다. 경무장한 러시아군이 지원 없이 적진에 들어갔다가 생포되거나 사살된 사례도 있다.

전투기와 헬기가 계속 격추되고 있고, 군수 물자 공급 실패로 연료가 바닥나는 바람에 러시아군이 도로에 발이 묶여 생포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공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CNN은 러시아군이 연료와 탄약, 식량 부족 속에 군수물자 공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의 큰 변수는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미 고위 의원들과 서방 관리들, 전직 미 관리들이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은 부분적으로는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완전히 격리돼 있다"며 "그는 대부분의 참모로부터 완전히 단절돼 있고, 지리적으로도 격리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대화하는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분노를 채워주는 아부하는 사람들 뿐"이라고 설명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상하다는 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5년 전과 같은 식으로 반응하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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