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로도네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7일 (현지시간) 도네츠크의 세베로도네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순찰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구글금융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1코인당 5204만5190원에 거래 중이다. 전일대비 11.61%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40분 기준 1코인당 4546만4914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몇 시간새 6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관리를 벗어난 '탈중앙금융화'라는 비트코인 개발취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한 현상이다. 지정학적 위기에 영향을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해당 코인을 개발한 이유가 미국 등 선진국들의 화폐증발(화폐 발행량을 늘리는 것)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가치를 일정하게 보존하고 중앙(정부)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국의 금융제재가 본격화되며 루블화 가치가 30% 가까이 폭락한 후 가상화폐 가격이 오른 것을 보면, 가상화폐는 교환의 매개체로서의 역할보다는 경제적 가치의 저장소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과 비슷한 무언가'의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이 루블화 폭락직후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다면, 금융제재 이후 다른나라와 거래에 사용하기 위해 샀다기보다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재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샀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자산으로서 특성 자체는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디지털 금'으로 보기도 어렵다. 기초자산 없이 가치를 저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금과 비슷하지만, 변동성이 매우 크고 주식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자산과 움직임이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기에는 변동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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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운명을 가르는 사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보유한 가상화폐를 제재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루블화로 판매된 가상화폐 거래를 제한하거나 러시아 거래소 자체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보유자·거래자를 특정해 제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규제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섣불리 규제에 나서지 못했던 각국 정부들이 러시아 제재를 명분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금결제를 코인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을 뿐더러 (달러 등 화폐의) 대체재로 사용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코인은 익명이 보장돼야 하는데 러시아 사람이 사용할 계좌를 미국이 골라내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