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철군" vs "중립국화"…교전 닷새만에 '운명의 담판'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2.02.28 20:57
글자크기

[우크라 침공]
러시아-우크라, 벨라루스 국경서 협상개시
러 '핵 위협' 우크라 '4500명 사살' 심리전
양측 회담의제부터 달라, 협상성과 미지수

[서울=뉴시스]벨라루스 외무부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을 개최할 준비가 됐다고 협상 장소로 보이는 사진을 게재하며 밝혔다. 사진은 벨라루스 외무부 트위터 갈무리. 2022.02.28. *DB 및 재판매 금지.[서울=뉴시스]벨라루스 외무부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을 개최할 준비가 됐다고 협상 장소로 보이는 사진을 게재하며 밝혔다. 사진은 벨라루스 외무부 트위터 갈무리. 2022.02.28. *DB 및 재판매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양측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운명의 담판'을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향해 사실상 전역에서 공격을 감행한 지 닷새 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중단과 중립국화를,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의 철수를 회담의 목표로 내걸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하일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벨라루스 국경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의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닷새 만이다.



이번 협상은 전날 러시아 측의 요청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제 조건 없이 만나는 데 동의해 성사됐다. 양측은 회담 장소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최우방국인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대화하자고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협상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벨라루스 고멜주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협상 대표단에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을 비롯해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가두마 국제위원회 위원장, 알렉산더 포민 국방차관 등이 포함됐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이들은 전날 회담 장소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기다렸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미카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 미콜라 토치츠키 외무차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판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심리전도 주고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개시를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서구의 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카드로 '금융 핵무기'로 불리는 서방의 스위프트(SWIFT) 제재에 강대강으로 대응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위협한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지금까지 4500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다"며 러시아군에 즉각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러시아군의 공세 속도가 느려졌으며 러시아군 내부에서 탈영과 불복종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개전 초기와 달리 러시아군의 기세가 꺾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심리전으로도 읽힌다.

양측이 우여곡절 끝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협상 성과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것"(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이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를 믿지 않지만, 대표단에 시도해 보라고 했다"며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면 회담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을 협상에서 중점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이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 침공 이후 입장과 상황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표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협상 전 우리의 사상자 수나 핵 억지력 강화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러시아는 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까지 우크라이나 북부 주요 도시에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등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이날 새벽부터 키예프와 하라키우, 체르니히브 등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