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SWIFT 배제…수출대금·유학생 송금 어떻게 되나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2.02.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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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유럽연합)가 러시아 은행의 '스위프트(SWIFT) 제외 결정'으로 국내에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파악에 분주하다. 스위프트에서 제외된 은행은 송금 등 해외거래가 사실상 막힌다. 금융당국은 어떤 은행이 제재 대상으로 오를지 지켜보며 대체결제를 지원할 방침이다.

러시아 스위프트 배제...수출입 대금결제·주재원 송금 길 막혀
금융당국 관계자는 러시아의 스위프트 배제 결정 관련해 "'선택된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한 것으로 보아 모든 은행에 적용할 것으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과 EU에서 논의를 통해 제재 은행을 결정해야 하는데, 에너지 수입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스위프트 배제 결정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27일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선별된 일부 은행(selected Russian banks)을 스위프트 시스템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들 은행이 국제금융시스템과 단절되고, 전 세계적으로 운영능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프트는 금융거래 메시지를 위한 통신네트워크다. 현재 200여국 1만1500여개의 금융기관이 송금 메시지를 '스위프트 코드'로 전송하고 있다. 스위프트에서 제외되면 사실상 달러화나 유로화 등으로 해당 금융기관과 입금, 출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



러시아와 무역거래를 하는 국내기업은 수출입 대금을 받을 수 없고, 유학생이나 주재원도 송금을 받기 어려워진다. 러시아에서 외국으로 자금을 보내는 것도 막히기 때문에 채권자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러시아와 무역 규모는 273억달러(약 32조6000억원)이다. 또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통해 지난해 러시아로 송금된 자금 중 유학생 학비와 주재원 급여 명목 등으로 취급된 총액은 624만7439달러(약 74억5000만원)다.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2.2.27/뉴스1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2.2.27/뉴스1


비 제재 은행 중심 대체결제 지원…이란 제재때 활용한 원화결제도 대안될 듯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를 열어 금융제재가 미치는 영향을 검토 중이다. 다만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는 러시아 은행이 어떤 은행인지, 어디까지 제재를 할 것인지 발표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EU는 이번주 TF(테스크포스)를 통해 구체적인 스위프트 제재 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9월 당시에도 EU 의회는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퇴출하는 결의안을 승인했지만 제재가 실현되지는 않았다. 미국과 EU 역시 큰 손해를 각오해야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스위프트 제외가 실제 실행된 나라는 이란과 북한뿐이다.

당국은 스위프트 제외 은행이 결정되면 제재를 받지 않은 은행을 중심으로 대체결제를 하는 방안으로 우선 대응할 계획이다. 이미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자회사는 미국 금융기관 내 환거래계좌가 폐쇄되는 제재가 예정돼 있고, 2위 은행 VTB 등 6개 은행은 제재대상자(SDN)로 지정돼 금융거래가 차단돼 대응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금융당국은 러시아 제재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은행과 거래관계를 점검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대체결제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기업의 대체계좌 개설을 지원하고, 이를 통한 무역대금 결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피해 기업이 발생하면 무역금융과 최대 2조원의 긴급금융 지원도 시행한다.

2012년 이란이 스위프트 제재 등으로 달러화 결제가 막혔을 때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원화결제를 대체결제로 사용했다. 이란 중앙은행이 국내은행에 원화결제 계좌를 만들고 국내기업 수출과 원유수입에 활용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의 대응 방침을 주시하고 있다"며 "전 은행권이 러시아 금융제재가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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