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대 표심, '현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2.02.2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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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여야 대선후보들이 20대 표심에 주목한다. 3월 9일 치러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혀서다. '2강'으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초박빙 경쟁을 펼치면서 20대 유권자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지율이 한 후보로 쏠리지 않고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탈진영 세대로 불리는 20대에선 뚜렷한 이념 성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돌발 이슈에 반응하는 비중이 높아 선거일 직전까지 20대 표심의 향방을 파악하기 어렵다.

20대 표를 얻기 위해 후보들이 꺼내든 카드는 현금이다.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이 폭주하자 너도나도 비슷한 성격의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5년 동안 기본자산 5000만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기본적금'을 공약했다. 연간 200만원을 주는 '청년기본소득'과 별개 약속이다. 윤 후보는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어주는 '청년도약계좌'를 약속했다. 만 20세가 되면 3000만원을 주는 '청년기초자산' 공약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내놓은 해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군 전역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해 사회진출지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태어날 때부터 불황을 겪은 20대는 연애, 결혼, 출산뿐 아니라 인간관계, 취미, 희망까지 포기한 'N포 세대'로 불린다. 현 정권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20대에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취업난 심화로 청년들은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 취약층인 청년과 기성세대의 자산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대가 처한 현실이 암울할수록 포퓰리즘 성향이 짙은 현금 지원 공약에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단기 처방의 한계와 부작용 우려에도 청년에게 지갑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문제는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개선책이 현금 지원뿐이라는 점이다. 청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외면하고 있다. 부모 자산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자녀의 기회가 제한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논의조차 없다. 공정경쟁 환경은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 마련과 인식 개선이 필요한 지난한 과제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대통령 임기 5년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한다. 청년이 꿈꾸지 않는 나라엔 미래도 없다.



[기자수첩]20대 표심, '현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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