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증시 39% 급락에 펀드도 울상…개미는 ETF 여전히 줍줍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2.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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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러시아 ETF 6거래일 연속 순매수…"상황 지켜봐야"

러시아 증시 39% 급락에 펀드도 울상…개미는 ETF 여전히 줍줍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러시아 증시가 38% 이상 급락하자 러시아 펀드 투자자들이 떨고 있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고꾸라진 때문이다.



다만 개미들은 러시아 증시 반등을 기대하며 러시아 ETF(상장지수펀드)를 6거래일 연속 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러시아 ETF 괴리율이 높고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서 달러로 표시되는 러시아 RTS 지수의 전날 종가는 38.30% 하락한 742.91을 기록했다. RTS 지수는 장 중 5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경제제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증시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RTS 지수는 올해들어 53.44% 하락했다.

러시아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러시아 펀드 투자자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에서 판매하는 러시아 주식형 펀드 9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21.80%를 기록했다. 지난 3개월 기준으로는 -21.94%, 1주일 기준으로는 -17.10%다.

이에 지난 3개월간 러시아 펀드에서 120억원이 유출됐다. 연초 이후로는 12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만 지난 1개월 동안에는 러시아 펀드에 3억원이 유입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러시아MSCI ETF(합성)'을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순매수 금액은 228억2300만원이다. 러시아 증시가 급락하자 반등을 기대하고 ETF를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ETF의 괴리율이 22.32%에 달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괴리율은 ETF의 순자산 가치와 시장가격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괴리율이 높을 수록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기초지수를 구성하는 러시아의 경우 전일 한국 거래소 하한폭을 초과하는 하락을 보였으나, 기초자산 시장 마감 후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10% 이상의 급등을 보였다"며 "이럴 경우, 한국 유가증권시장 거래시간이 마감 후 한국시간 기준 오후 4시에 개장하는 러시아의 주식시장 등락을 예상할 수 없어 가격 괴리가 크게 확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등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매우 크게 확대되고 있는 특수 상황이고, 한국유가증권 시장 거래시간 내 개장이 되지 않아 시장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장중 괴리율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러시아 증시 향방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러시아 주가 향방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러시아 전략산업 타격을 위한 미국과 유럽의 조치,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망에서의 러시아 금융기관 차단 범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복 후 철군 여부 등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시나리오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확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안도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으나 철군을 종용하기 위한 금융 제재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추가적인 가격 조정 또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역사적 관점에서 지정학 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단기적이었고, 아직 강력한 제재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에너지 및 소재업종의 기업이 큰 러시아의 기업실적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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