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자원전쟁' 서막 되나…에너지ETF 올해 들어 29% 급등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2.02.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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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석유, 가스 등 에너지주 가격이 급등세다. 증권가에선 이번 사태가 자원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 대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점쳤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우상향한 원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16,085원 ▲280 +1.77%)는 올초부터 28.91% 올랐는데 지난 24일에만 5.41% 상승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4,785원 ▲75 +1.59%)도 올들어 28.51% 급등했다.

원유뿐 아니라 가스 관련주도 상승세다. KRX유틸리티 지수는 전일 4% 가량 상승해 마감했다. 이날 전체 KRX 지수가 하락했지만 이 지수는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 삼천리 등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글로벌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유럽은 지리적 이점으로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 과거에 비해 천연가스 공급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가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또 원유, 셰일 오일, LNG 등 석유 관련 광물 생산 비중도 세계 12.6%, 미국에 이어 2위다. 최근 이란의 핵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252만 배럴)이 러시아 생산량(11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러시아 수출 감소분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분쟁 이전에도 글로벌 천연가스, 원유 수급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해 왔다. 이에 더해 러-우 사태가 원자재 수급을 추가로 악화시킬 경우 가격 상승 압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까지 서방의 제재가 금융 시스템 등에 한정되며 소극적이지만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 달러의 사용 차단, 에너지 원자재 수출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며 "천연가스와 유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일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기저에는 러시아 부활을 경계하려는 심리가 있다는 점 또한 이번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전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갈등의 이면에는 정치적인 목적도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거 대비 낮아진 지지율을 끌어올려 장기집권 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려 할 공산이 크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 수출은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외환보유고 및 부채로 본 건전성도 양호해졌다"며 "높아진 재정 건전성, 수출 호조는 해외 제재 영향에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 단기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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