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에 반도체 필수소재 '경고등'…"대체수입선 확보"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02.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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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우크라 전쟁에 반도체 필수소재 '경고등'…"대체수입선 확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을 둘러싼 물류 공급망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국 전체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네온 가스와 크립톤, 크세논 등 일부 반도체 필수 소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내기업의 생산차질과 제조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70% 이상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각각 43개, 4개로 집계됐다. 이들 품목은 수산물과 농산물 등 대부분 1차 생산품인 만큼 이번 전쟁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까지 영향을 주는 공급망 대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와 유관기관의 분석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희귀가스 등 일부 필수 소재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에 절반 가까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 쓰는 네온 가스는 지난해 576만9000달러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28.3%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온 물량이다. 반도체 식각 과정에 쓰는 크립톤도 4072만달러 어치 중 48.2%를, 크세논은 8717만7000달러 중 49.1%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에 의존했다.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지 않고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정세불안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한 덕에 당장 수급차질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지만 러시아와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돼 물류가 막히면 이들 희귀가스 가격상승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에서 주로 수입하는 납사와 석탄 등 품목의 공급 차질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한국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43억8300만달러어치 납사를 수입, 납사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톤(t)당 수입단가가 630달러로 수입 2위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톤당 652달러 보다 3%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유연탄과 무연탄은 각각 22억300만달러어치, 3억6300만달러어치를 수입해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물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본격화하고 우리 정부도 그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들 수입품목에 대한 대체 수입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의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의 품목 및 기술에 대한 독자규제로 러시아 현지 자동차·가전 공장의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뒤따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향후 수출 통제에 대비해 주요 부품의 재고 확충과 공급처 다양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며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납사와 석탄은 단기간 수입대체가 쉽지 않은 만큼 제3국 물량확보나 수입선 대체를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5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제재 참여 여부와 실물경제 영향 등을 점검했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호주산 에너지 수입확대와 남미 등으로의 원자재 수입다변화 추진, 대체여력 제한 품목 중심으로 국내기업 대체생산 등 대응책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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