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키트 품귀에 삼성이 또…코로나 뚫는 '이재용의 동행'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2.02.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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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젠바디에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문가와 젠바디 직원(가운데)이 자가진단키트 조립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충남 천안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젠바디에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문가와 젠바디 직원(가운데)이 자가진단키트 조립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귀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루 확진자가 17만명을 넘어서면서 자가진단키트 공급 문제가 불거지자 반도체·가전 분야에서 쌓은 공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량 확대를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반성장 철학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잇따라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젠바디에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 19명을 급파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설비당 작업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30% 끌어올리고 재고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생산라인을 재배치해 물류관리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젠바디 협력사의 금형·사출·인쇄기술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4월 가동 예정인 젠바디의 신 공장 조기 안정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신 공장이 가동되면 젠바디의 자가진단키트 생산량이 일주일당 300만개에서 60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또다른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수젠텍에도 제조 전문가를 파견해 물류·설비·공정 등에 대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국면마다 '중견·중기 과외교사'로
삼성전자 멘토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 코젠바이오텍의 냉동고 온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멘토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 코젠바이오텍의 냉동고 온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물품 공급이 문제될 때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통해 제조사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등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2020년 2월 마스크 공급대란이 벌어졌을 때 E&W·에버그린·레스텍·화진산업 등 마스크 제조업체 4개사에 제조 전문가 50명을 긴급 파견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금형 제작과 신규설비 세팅, 공정별 작업대 제작, 필터 원자재 신규 공급처 연결 등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지원, 마스크 공정에 접목하면서 두달만에 4개사의 생산능력을 51% 끌어올렸다.

같은 해 5월 해외 수요가 폭증한 PCR(유전자증폭) 진단키트 제조사의 스마트공장 구축도 지원했다. 당시 진단키트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생산돼 갑자기 늘어난 글로벌 수요를 감당할 생산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가 현장에 전문가를 급파하고 금형 설계, 물류 동선 최적화, 포장 공정 개선, 자동화 설비 도입 등을 지원하면서 솔젠트, 코젠바이오텍 등의 주당 진단키트 생산성이 70% 이상 개선됐다.

백신주사 잔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잔여형주사기(LDS) 생산업체 풍림파마텍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알려진 삼성전자의 상생·동행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풍림파마텍과 함께 통상 40일 정도가 소요되는 금형 제작을 나흘만에 마치면서 시제품 생산을 완료, 한달만에 월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LDS 주사기가 '협상 지렛대'로 부각되면서 국내 백신 도입 협상이 급진전됐고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업보국·상생 철학 성과…백신 확보 때도 물밑 지원
자가진단키트 품귀에 삼성이 또…코로나 뚫는 '이재용의 동행'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은 2015년부터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를 상대로 진행해온 상생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까지 총 2819개 중소·중견기업이 삼성의 제조혁신 상생 프로젝트를 거쳤다. 삼성전자는 생산성 향상과 현장 혁신 지원뿐 아니라 국내외 판로개척,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애로기술 지원, 스마트365센터 운영을 통한 스마트공장 유지 관리와 고도화 등을 통해 해당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자생력 확보를 지원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상생 프로젝트 배경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상생·동반 철학을 꼽는다. 최고경영진의 평소 철학이 3년째 이어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위기극복의 디딤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2020년 2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 지원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 같은 때 마땅히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며 "이번 일로 고통 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시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백신 확보 당시에도 물밑에서 화이자·모더나 최고경영진과 교류하면서 돌파구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의 부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이후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기부했다. 5000억원은 국내 최초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나머지 2000억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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