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는 왜 CJ대한통운 본사 3층만 무단점거를 풀었나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2.02.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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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2.02.16.[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2.02.16.


CJ대한통운 본사를 무단 점거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택배노조)가 3층 인력을 빼고 1층 로비에서만 농성하기로 해 이에 대한 업계 해석이 분분하다.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일각에서는 본사 점거 외에도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전날 택배노조는 본사 건물에 진입한지 11일 만에 3층의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지부장 동지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을 발표한다"며 "오늘부로 3층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노조는 다시 한번 대화를 촉구한다"며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불법 점거 상태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회사 측은 "택배노조가 불법점거 중이던 3층에서 철수했지만 주출입구인 1층 로비에 대한 점거는 변동이 없어, 전체 불법점거 상태는 변함없다"며 "불법점거자의 전면 퇴거가 없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임직원들의 출입 및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활동 영역 넓히는 택배노조…이재현 CJ 회장 자택→CJ제일제당 본사→한국경영자총협회 사무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3층의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힌 21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조합원들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단식 투쟁을 위한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2022.02.21.[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3층의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힌 21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조합원들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단식 투쟁을 위한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2022.02.21.
택배노조는 당초 전날(21일)까지 CJ대한통운 본사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타 택배업체와 연계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나 사측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3층 점거를 해제하며 진 위원장은 물·소금을 모두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택배노조가 본격적으로 여론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사진에 잘 보이는 현수막 등을 내걸기 위해 3층까지 무리하게 진입했고,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양보하는 스탠스를 취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투쟁할 때 노조는 언론에 자신들이 최대한 많이 노출되도록 다양한 전술을 써왔다"며 "밖에 카메라에도 잘 잡히도록 현수막을 강제로 설치했으니 '그림 나온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인원을 재배치해 본사 건물 점거에만 집중했던 전략에서 활동 영역을 넓게 가져가는 방법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본사 외에도 그룹명 'CJ'와 관계있는 장소로 농성 영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에서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이 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파업이 50여일째 진행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이 노조의 대화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택배요금 인상분 이윤으로 빼돌리기, 주6일제·당일배송 등 독소조항 부속 합의서에 끼워넣기, 저상탑차 문제 등의 해결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2022.2.16/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에서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이 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파업이 50여일째 진행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이 노조의 대화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택배요금 인상분 이윤으로 빼돌리기, 주6일제·당일배송 등 독소조항 부속 합의서에 끼워넣기, 저상탑차 문제 등의 해결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2022.2.16/뉴스1
이미 택배노조는 점거 이후 CJ대한통운 본사 외 장소에도 찾아가 수차례 집회를 열었다. 지난 16일엔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이달 21일까지 이 회장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은 투쟁을 하겠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재현은 대화에 나서라, 이재현은 사회적 합의 성실히 이행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약 30분간 집회 이후 택배노조는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의 지분 40.16%를 보유한 지배 주주다.

택배노조를 향해 연일 날선 비판을 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기도 하다. 경총은 노사 문제를 주로 다루는 경제단체인데, 손 회장은 2018년부터 이곳 회장직을 역임했다.

대리점연합이 "대화하자"는데…CJ대한통운 본사만 찾는 노조
[서울=뉴시스] 김경록 수습기자 =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회원들과 택배 기사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조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1.19.[서울=뉴시스] 김경록 수습기자 =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회원들과 택배 기사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조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1.19.
CJ대한통운은 직고용 관계가 아닌 택배노조와 협상할 수 없으며, 이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계약관계인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대화를 요청했지만 정작 택배노조는 이들과 대화는 원치 않는 상황이다. 또 다시 이날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와 공식 대화를 촉구하며 이달 23일까지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이미 밝힌 대로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며, 택배노조의 대화 상대 또한 대리점"이라면서 "진짜 대화를 원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진짜 사용자'인 대리점과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먼저 대화 테이블을 깬 쪽은 택배노조이며, 노조의 이중적 행태로 인해 그동안 공식적인 대화로 나아갈 수 없었다"며 "고객·화주·대다수 택배종사자들에게 사죄하고 즉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만이 현사태를 수습하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용자인 대리점 연합이 대화를 하자는데도 택배노조는 본사와만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계속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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