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 2020년 국산 신약 개발 일정은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았다. 신약개발을 위해 필요한 임상 환자 모집과 생산시설 실사 등이 신규 전염병 확산에 지연되면서다. 당시 롤론티스로 미국 허가를 노리던 한미약품 (305,000원 ▼3,000 -0.97%)의 평택 공장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시 지연과 메디포스트 (14,690원 ▲10 +0.07%) '카티스템'의 경골근위부절골술 병행 임상 2상 투약 연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비마약성진통제 오피란제린의 미국 임상 참여자를 모집하던 비보존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모집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업계 화두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으로 떠오른데다, 국산 품목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쏠리면서 방역당국의 역량이 집중된 점도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최근 식약처가 코로나 19 백신·치료제 임상 심사만 집중하면서 다른 제품의 임상과 품목허가를 위한 심사 기간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되는 결과가 나와 현장 불만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FDA는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심사 활동을 연기한다는 발표하기도 했다. 당장 이달 예정됐던 실사 일정들이 미뤄지면서 올해 미국 진출을 노리던 품목들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특히 국내의 경우 올해 한미약품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GC녹십자 'GC5107'(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유한양행 (60,700원 ▼200 -0.33%) 레이저티닙 등 연내 FDA 허가신청 또는 허가 기대품목이 줄줄이 포진한 상태라 아쉬움이 두드러졌다.
그동안 쏟아진 코로나19 개발 품목에 관련 기관들의 업무 과중도 부담이다. 지난 21일에는 차백신연구소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대상포진 백신 임상 1상 계획을 자진 취하했다. 식약처의 일부 보완요청에 따라 영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의뢰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업무가 늘고, 분석 시험에 필요한 원부자재 수급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기한 내 최종보고서 제출이 힘들어진 만큼, 상반기 중 재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산기술력 입증의 또 다른 기회인 기술수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출총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10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국가간 이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실무진들의 대면 논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매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헬스케어콘퍼런스'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비대면으로 개최된 점도 아쉬움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 측면에선 의미가 있지만, 기존부터 논의가 있었던 품목들의 거래가 완성된 것이 대부분이라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초기 품목들의 논의 진전은 어려움을 겪어 눈에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라며 "현장에서 실무진들이 만나는 것은 단순히 대면 소개의 의미를 넘어 면대면으로 구체적 논의를 위한 일정을 잡는 기회로 작용한다. 온라인상에서 형식적으로 회사나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