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감염병 대가의 경고 "코로나 '유산' 유발 바이러스 올 수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02.22 13:59
글자크기

[인터뷰]송창선 건국대 수의과대 교수 "인수공통감염병 준비해야"

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과에 속한 전염성기관지염(INFECTIOUS BRONCHITIS) 바이러스는 닭을 감염시킵니다. 감염된 닭은 기형란을 낳는 등 산란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건너오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11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만난 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다음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방향성을 보면 훗날 유산을 유발할 바이러스로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 회장인 송 교수는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같은 병원체에 의해 전파되는 전염병 연구의 대가로 꼽힌다.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조류질병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연구관을 거쳤다. 건국대기술지주 1호 자회사인 'KHAV'의 대표이기도 하다. 회사명 'K(건대)H(인간)A(동물)V(백신)'에 인수공통감염병 극복 의지를 담았다.

그가 예상한 다음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성은 델타를 거쳐 오미크론까지 변이를 거듭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이상이었다. 송 교수는 "닭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는 생식기 뿐만 아니라 신장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변종도 있는데 폐사율이 30%"라며 "이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불똥이 튀면 급성신부전"이라고 말했다.



닭 외에 고양이도 있다. 송 교수는 "코로나의 변종인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FIP)이 고양이에게 실제 복막염을 일으키면 100% 죽는다"고 말했다. 박쥐에서 야생 상태의 중간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의 호흡기를 감염시키는 코로나19는 이들 코로나 바이러스과에서도 '순한 맛'에 속하는 셈이다.

아직 동물 사이에서 돌고있는 '매운 맛' 코로나들이 인간으로 건너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송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 달라붙는 수용체 'ACE2'가 열렸다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메르스는 인체 감염 통로로 수용체 단백질 DDP4를 사용했는데 코로나19는 ACE2를 통해 들어온다"며 "그런데 ACE2를 가진 동물들은 닭, 오리, 개, 족제비, 원숭이 등으로 상당히 다양해 굉장히 많은 동물들이 걸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이상하게 진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외에도 소, 돼지, 닭 등을 감염시키는 파라믹소 바이러스와 이미 인류에 큰 피해를 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군 가운데서도 또 다른 변이를 거쳐 사람으로 건너와 위협적인 새 감염병이 될 우려가 있다고도 경고했다. 송 교수는 "코로나, 인플루엔자, 파라믹소 세 가지가 돌아가며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며 "현재 세 바이러스를 지목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공통감염병 대가의 경고 "코로나 '유산' 유발 바이러스 올 수도"
송 교수는 코로나19를 이을 또 다른 감염병 '경보 체제' 구축에도 나선 상태다. 그는 "사람이 새로 앓는 감염병의 75%가 동물 유래고 2000년대 들어 이 같은 감염병 대부분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중국에 바이러스를 달라고 요청하면 거부당한다"며 "때문에 몽골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등 중국을 둘러싼 지역과 연계해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몽골에는 송 교수가 데려와 가르친 학생이 교수가 돼 다시 현지로 나가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훗날 인류를 위협할 새 감염병의 '파수꾼' 역할 외에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를 이겨낼 무기도 준비중이다. 'KHAV'를 통해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약독화 생백신, 벡터 백신, ECLS 면역증강제 백신 등 3가지 플랫폼 백신을 연구중인데 모두 스프레이 제형으로 개발된다.

이제 코로나19 백신 패러다임은 주사제형을 넘어 스프레이 제형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는게 송 교수 지론이다. 그는 "주사제 백신을 접종하면 하기도(기관지, 폐 등)를 보호하는 IgG 항체가 생기지만 상기도(코, 입, 목 등)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IgA 항체가 생기지 않아 상기도를 보호하기 힘들고, 이는 현재 상기도에 증상이 집중되며 돌파감염이 나타나는 이유"라며 "하지만 상기도에 스프레이로 투여하면 IgA가 생성돼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급된 백신이 바이러스의 폐 진입을 막아 사람을 살리는 백신이었다면, 스프레이 백신은 감염을 막는 백신이라는 뜻이다.

스프레이 제형을 택한 것도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에서 쌓은 경험 덕이다. 36년간 닭 코로나를 연구한 송 교수는 스프레이제형 닭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 2007년부터 국내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도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엄격한 콜드체인이 필요한 mRNA(메신저RNA) 백신과 달리 상온 유통이 가능하며 가격도 저렴해 저개발국 공급도 쉽다는 점이 닭 코로나 백신을 통해 1차 검증된 상태다.

송 교수는 "백신을 못맞는 저개발국에서는 계속 코로나19가 번져 변이가 앞으로도 생겨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추가 변이를 막기 위해서도 감염을 차단하는 스프레이 백신이 필요할 것"이라며 "하반기 임상 1상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