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참았다" 채권단 조기 졸업 앞두고 다시 M&A 나선 두산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김남이 기자 2022.02.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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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성남 신사옥./사진=뉴스1두산그룹 성남 신사옥./사진=뉴스1


"오래 참은 걸거다.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보면서 내부적으로 실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두산그룹이 무려 6년여만에 인수 M&A(인수합병)의 포문을 연데 대한 산업계 관계자의 촌평이다. (주)두산을 통해 반도체후공정 전문기업 테스나를 인수하는 4000억원대 딜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사활을 건 신사업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그룹 내부에서 '더 늦으면 실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두산그룹은 말 그대로 M&A로 성장해 왔다. 국내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소비재기업이지만 연이은 M&A로 중공업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탈원전 등 정치기조 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주력인 두산중공업이 2년여 간 채권단 관리 시대를 거쳤지만 조기졸업이 가시적이다. 때를 같이해 M&A의 포문을 열었다. 자금흐름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7년만에 연결영업익 기준 흑자를, 8년만에 당기순익 기준 흑자를 냈다. 계열사 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연이어 유동성 확보에 성공했다. 3조원의 차입금을 이르면 이달 중 모두 상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0년 4월 시작된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하는데 만 2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면 재계 신기록이다.



두산그룹은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사 테스나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작업 시작 자체가 채권단 조기졸업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두산은 구체적인 M&A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딜 보다는 졸업이 먼저'라는 내부 기류는 확실하다"며 "테스나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라는건 채권단 조기졸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채권단 핵심인 산업은행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최근 다시 두산중공업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에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이 예상보다 원활하고, 두산의 미래 사업계획도 타당성이 충분하다면 관리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산은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두산이 조만간 채권단 족쇄를 풀고 테스나까지 인수한다면 이는 지난 2016년 미국 ESS(에너지저장장치) 원천기술 보유업체 원에너지시스템즈(현 두산그리드텍)를 인수한 이후 6년만이다. 두산의 글로벌 M&A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2014년 한 해에만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선두 퓨얼셀파워, 미국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업체 클리어엣지파워, 룩셈부르크 전지박 원천기술 업체 서킷포일을 사들였을 정도다.


이후엔 고비를 넘기 위해 유동성마련을 위한 매각 M&A만 있었다. 두산중공업이 클럽모우와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매각했고, (주)두산도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 산업차량BG(밥캣에 양도)를 넘기며 몸을 가볍게 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최근 진행 중인 유상증자도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자금상황은 어느때보다 좋다.

두산이 테스나를 인수한다면 두산그룹 내부적으로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가 클 수밖에 없다. 6년만에 재개되는 인수 M&A인데다 단숨에 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흐름 상 추가 M&A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다. 채권단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주)두산을 중심으로 신사업 타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M&A가 추가로 이뤄진다면 외부 자금 수혈 가능성이 높지만 그룹 내에 자금이 모자란 상황은 아니다"라며 "스타일 상 본인을 드러내진 않지만 박정원 회장의 사업 확장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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