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학회장 "제2벤처붐 또 꺼질까 우려 많아"..이유는 ?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2.02.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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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젊은 피' 수혈한 한국벤처창업학회 전성민 신임 회장 "벤처생태계 성숙한 진화 이끌 것"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 신임 회장/사진=김휘선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 신임 회장/사진=김휘선


"축산업자와 정육점을 직접 연결한 온라인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사무실에 거대한 육류 보관 냉장고가 여러 대 있어요. 그런데 열어보면 다 비어있습니다. 미트박스는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 역할만 하기 때문에 고기를 보관할 일이 없어요. 하지만 축산유통전문업을 하려면 냉장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40년도 더 된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냉장고를 산 거예요. 황당하죠."

전성민(49) 한국벤처창업학회 신임 회장(가천대 경영대학 부교수)은 최근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져 가는 과정에서 미트박스와 같은 허점은 더 크게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1 벤처붐이 왜 꺼졌는지 과학적인 연구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역대급 창업붐이 일자 반가움 보단 되레 '언제 또 꺼질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현 시점에서 양질의 창업 토대를 세우기 위해 한국 벤처생태계의 성숙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규제처럼 창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를 찾아 보완하는 작업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2006년 출범한 한국벤처창업학회는 역대 처음으로 40대 젊은 학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전 회장은 "학회 회장의 나이가 대부분 60대인데 아무래도 때가 때인만큼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해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장실패 방지, 벤처캐피탈의 역량 강화, M&A 시장 조성 등 실질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 양질의 창업 등에서 필요한 과제들을 회원들과 논의하며 한국 벤처생태계의 성숙한 진화를 이끌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 신임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 신임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역대 회장 중 최연소다.
▶저뿐 아니라 최근 우리 학회가 시쳇말로 '물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제2의 벤처붐과 함께 젊은 연구자들이 많이 유입됐다.

-학회에서 본 올해 창업시장 이슈는.
▶일단 '제2 벤처붐이 지속될 수 있나'가 중요 포인트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10조원을 돌파했는데 제1 벤처붐 때와 뭐가 다른지, 최근 자본시장이 수그러들었는데 문제가 없는지, 벤처를 통해 사회혁신성을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또하나 K-스타트업의 국제화도 관심사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은 물론 해외자본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타다 사태' 이후 비슷한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과제다. 충돌한 당사자 간 잘 협의해 풀라고 해놓고선 나중엔 '노사정위원회'하듯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이 끼어 든다. 스타트업 이슈는 그렇게 해선 해결이 안 된다. 구사업과 신사업이 부닥친 이례적 형국이고, 그 논의에 정작 사용자는 빠져 있다. 타다가 불법사업이 되면서 혁신 사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분명 스타트업 시장에 안 좋은 시그널이다.


-규제샌드박스 등의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는 건가.
▶그보다 우리 사회 전체로 볼때 혁신에 취약한 계층, 위협을 느끼거나 변화에 소외된 사람들을 보호할 수있는 법안과 지원책을 준비하는 연구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 저마다 '디지털경제'를 내세우는 데 그걸 하려면 이런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나.
▶네이버의 사회공헌프로그램 중에 '프로젝트 꽃'이란게 있다.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에 자기 스토어를 열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기존 산업계 종사자들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세계로 친절히 안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이런 지원은 정부의 지역혁신성장과도 관련 있다. 농수산물 유통 문제를 라이브커머스로 해결했듯이 디지털 전환으로 지역산업을 성장시키면 지방인구감소 등의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런 배려를 서비스 기획 때부터 고려하는 성숙미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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