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우크라 사태에도 목표가 치솟은 LIG넥스원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2.2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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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매출 탄탄+해외수출 잭팟. 향후 3년간 이익 50%씩 증가전망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연초부터 증시 변동성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금흐름이 바뀌며 증시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 시점에 기업공개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시장 전체 수급을 크게 뒤틀었다. 여기에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같은 돌발악재가 터졌고 급기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감까지 고조되면서 투자여건이 최악이 됐다.

저가매수 타이밍을 외치는 전문가들도 있고, 추가하락을 염두에 두고 현금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 판단이 어렵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뛰어들기도, 방어로 일관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선 시장 안정화를 염두에 둔 예비 포트폴리오를 짜 보는게 좋다. 시장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안정성과 경쟁력, 실적 모멘텀을 갖춘 종목이 좋다.



LIG넥스원 (200,000원 ▼4,500 -2.20%)(이하 넥스원)은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이다. 넥스원은 방위산업업체, 쉽게 말하자면 전쟁에 쓰이는 무기를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업종 특성상 사업기밀이 많다보니 홍보나 IR(기업설명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못하고, 그 탓에 만년 저평가를 받는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재무제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3년간 실적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추세가 최소 2~3년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넥스원, 1976년 금성정밀공업에서 출발. 국내 최초 매출 100% 순수 방산업체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LIG넥스원(이하 넥스원)은 순항미사일, 요격미사일, 어뢰 등 유도무기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과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업체다. 넥스원의 뿌리는 1976년 설립된 금성정밀공업이다. 금성정밀공업이 LG정밀(1995년), LG이노텍(2000년)으로 이름을 바꾸며 이어오는 와중에 2004년 7월 LG이노텍에서 방산사업부만 따로 분사해 넥스원이 만들어졌다.



현재 시장에는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등 다양한 방산업체가 있으나, 매출의 거의 100%가 방산부문인 순수 방산업체는 넥스원이 처음이다. 실전배치됐거나 개발중인 국산유도무기에서 넥스원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40년이 넘는 한국 미사일 개발 역사는 넥스원을 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넥스원은 유도무기를 포함해 각종 육해공 무기와 장비를 전반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제품군은 크게 정밀타격(PGM), 감시정찰(ISR), 항공전자 및 전자전(AEW), 지휘통제 및 통신(C4I)로 구분된다.

매출비중이 가장 큰 주력제품군은 역시 정밀타격 부문이다. 대공, 대함, 대잠, 대지, 공대지, 수중무기 등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종 유도무기 체계장비와 탐색기 등의 핵심부품도 포함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의 57.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매출이 큰 부문은 감시정찰이다. 탐색레이더, 추적레이더, 영상레이더, 전자광학장비, 수중감시체계 등을 포함하는데 매출의 20.5%다.


AEW 매출비중은 11.2% 가량이고 항공전자제품을 비롯해 함정이나 항공기에서 활용하는 전자전과 육군용 전자전에 필요한 기기로 구성된다. C4I 비중은 9.5%인데 통신단말, 지상 및 함정 전투체계, 데이터 링크 망 관리, 상호운용성 등의 제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통신단말기, 무전기, 전투체계 등을 생산하는 부문이다. 이 밖에 신 특수 제품 등으로 구성되는 기타 사업부문 매출이 1.6%다.

넥스원은 LIG정밀기술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LIG정밀기술은 유도무기 시험장치, 수중무기 조립-생산장치 및 쉘터, 운용자 콘솔등을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국방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전시기, 일체형 컴퓨터, 전원장치와 유도무기, 위성통신장비, 레이더, 전자전 장비에 사용되는 HVPS와 TWTA, ESAD 및 MRO용 시험 점검장비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넥스원을 비롯한 방산업체에 수출용 광학탐색기를 납품하고 있다.

넘치는 석박사…직원절반이 R&D인력


LIG넥스원 카고드론 모형LIG넥스원 카고드론 모형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데 중심에는 뛰어난 R&D(연구개발) 인력이 있다. 넥스원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임직원 3260명의 4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60%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연구개발 인력은 체계설계,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들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등록된 특허가 1604건이고 출원중인 특허가 392건이다. 자산총계는 2조7948억원이며 자본총계는 7396억원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 실적이다. 매출액은 2019년 1조4526억원에서 이듬해 1조6003억원으로 늘었고 2021년(KTB투자증권 추산) 1조8221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81억원 →637억원→972억원으로 급증했다. 순이익은 31억원→578억원→1050억원 등으로 늘었다. 올해 추정실적(KTB투자증권)은 매출 2조1630억원, 영업이익 1480억원인데 전년대비 각각 18.6%, 6.8% 증가한 수치다.

넥스원은 IPO(기업공개) 이듬해인 2016년 1조 8601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1960억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2017~2020년 3분기까지 저조한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체계개발 과제의 실패비용, 매출감소가 더해지며 고정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4분기마다 반영하던 충당금이 2020년 4분기부터 정상화됐고, 2021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나타났다. 이에 더해 8조원의 수주잔고가 디딤돌이 됐고 수출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실적의 질도 크게 좋아졌다. 올해 1월에는 UAE 천궁-2 수주로 탄력을 받고 있다. 내수매출 비중은 △방위사업청 59.8% △국방과학연구소 12.8% △한국항공우주산업 4.8% △현대중공업 4.3% △한화시스템 4.0% △한화디펜스 3.0% 등이다.

넥스원의 실적은 정부의 방위비 예산증감, 국방부의 무기 국산화 정책 등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년간 국방부가 공을 들어온 사업이 있는데 킬 체인(Kill Chain)과 대한민국 미사일 방어체계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가 있다.

킬 체인, 대한민국 미사일 방어체계 핵심기업
2016년 발간된 'LIG넥스원 40년사'. 총 340여 페이지 분량에 방위산업 발전과 함께한 역사를 담았다. 2016년 발간된 'LIG넥스원 40년사'. 총 340여 페이지 분량에 방위산업 발전과 함께한 역사를 담았다.
킬 체인은 북한이 핵, 미사일 등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이를 먼저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것이고 KAMD는 10~50km의 낮은 고도에서 적의 탄도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가 핵심이다. 두 사업의 핵심은 방어용 유도무기인 천궁으로 넥스원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이다. 이와 함께 필요한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천궁PIP(천궁 성능개량 미사일)도 넥스원의 작품이다.

주목할 것은 해외시장이다. 내수사업도 중요하지만 정치, 사회 여건상 높은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에 반해 수출은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고 한국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국내 방산업체들의 제품은 높은 기술력과 뛰어난 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어 물꼬만 트이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UAE 국방부가 트위터를 통해 35억달러 규모의 천궁-2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넥스원 주가가 치솟은 바 있다"며 "2021년 매출 1조8000억원대에 수출비중 4.5%에서 영업이익률 5.3%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2022년은 매출이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고정비효과가 발휘되는데, 수출비중도 1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넥스원의 영업이익률은 6.6%가 되는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8%나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UAE의 천궁-2 매입을 예상할 수 없었듯 분쟁 지역 국가들의 추가 구매도 기대할 수 있으며 올해는 해성 등 해군 유도탄, KPS와 LAMD 체계개발 등으로 짐작되는 수주 파이프라인이 있어 내수 매출도 전년대비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특히 천궁-2 매출은 2023~2028년까지 매출이 인식되기 때문에 당분간 이익증가는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KTB투자증권 "목표주가 11만5000원" 강력매수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중동, 미국 지역에서도 방산 제품 마케팅을 하고 있어 추가 해외 수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사상 최고치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전망되는데 2분기부터는 수출 비중 상승에 따른 마진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약세장에서도 넥스원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고 매수의견을 내는 배경이다. KTB투자증권은 강력매수에 목표주가 11만5000원을 제시하고 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9만원을 제시했다. 이 밖에 △대신증권 8만6000원 △IBK투자증권 8만7000원 △NH투자증권 8만3000원 등이다. 이들의 석달전 목표주가는 5만~6만원 구간이었다.

다만 방산기업의 경우 사업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매출 단계별로 얼마나 실적에 잡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팬데믹으로 군부대에도 비상이 걸려있기 때문에 인력 운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군에 납품하는 천궁-2는 2017년 전투적합판정, 2018년에 4450억원 계약을 체결해 2024년까지 납품될 예정이다. 2021년 군은 천궁-2 포대를 20여개로 배치 수량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2020년대중반에도 꾸준히 양산으로 수익기여를 할 전망이다.

UAE의 천궁-2 계약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한국의 6배에 달하는 규모인데, 넥스원은 향후 5~6년 포대를 위한 유도탄을 집중적으로 납품하고, 이후 3~4년 유지보수 성격의 유도탄 후속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UAE향 천궁-2는 2024~2026년 기간에 매년 5000억원씩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KTB투자증권은 예상했다.
금리 인상·우크라 사태에도 목표가 치솟은 LIG넥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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