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환자 30% 살린다… 전통제약사·대기업도 넘보는 기적의 항암제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2.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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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환자 30% 살린다… 전통제약사·대기업도 넘보는 기적의 항암제


'암세포 연쇄 살해자'.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CAR-T) 개발에 전통 제약사·대기업이 본격 뛰어든다. 국내 개발은 아직 임상 1·2상 수준이지만 2026년 글로벌 14조원 시장 규모가 예상되는 유망한 분야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죽을 환자 100명 중 30명을 살릴 수 있는 치료제"라며 기대가 크다.



CAR-T는 면역세포를 이용해 질병, 특히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T세포는 인체의 다른 세포들이 감염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는지 감시한다. 이상을 감지하면 '비상 상황'을 알리는 신호 물질을 분비하고 다른 면역세포들이 이를 인지해 면역반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암세포에만 반응하도록 T세포 수용체를 조작한 것을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라고 하며 이 CAR 수용체를 발현하는 T 세포를 CAR-T 세포라고 부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 제약사인 HK이노엔 (32,600원 ▼700 -2.10%)은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앱클론과 CAR-T 세포치료제 공동개발 협약(MOU)을 맺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앱클론 (20,200원 ▼700 -3.35%)의 B세포 림프종 치료제 'AT101'의 임상 1·2상을 승인했는데 이 생산을 HK이노엔이 맡기로 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T세포를 추출한 뒤 별도 제조소로 보내 조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 바이오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앞서 HK이노엔은 경기도 하남에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세포 공장을 구축했는데 여기서 상업용 대량 생산을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5년 SK케미칼 (74,900원 ▼800 -1.06%)로부터 분사한 SK플라즈마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국내 기업 중 개발 정도가 가장 앞선 큐로셀 프리 IPO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것이다. SK플라즈마는 큐로셀과 CAR-T 치료제 상업화에 공동 참여한다.


큐로셀은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식약처로부터 CAR-T 치료제 'CRC01'의 임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현재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다.

전통 제약사와 대기업이 세포치료제 개발에 달려든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CAR-T는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던 혈액암 환자에게 극적인 효능을 보여 '기적의 항암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까지 허가된 CAR-T 제품은 5종류다. 노바티스 '킴리아(Kymriah)', 길리어드 '예스카타(Yescarta)', '테카터스(Tecartus)',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 '브레얀지(Breyanzi)', '아벡마(Abecma)'다. 국내에서는 킴리아만이 허가받아 현재 사용되고 있다.

이들의 지난해 예상 총매출액은 약 19억 달러(2조2700억원)다. 세포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6년 최대 118억6000만 달러(14조1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클론 AT101의 임상 책임자인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킴리아를 위시한 림프종에 사용하는 CAR-T 치료제가 기존 어떤 치료제도 얻지 못했던 아주 좋은 효과를 보이는 건 분명하다"며 "기존에는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 100명 중 30명 정도는 살릴 수 있는 치료제"라고 말했다.

단점도 존재한다. CAR-T는 환자 세포를 직접 채취(자가 방식)하여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든다.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4~5억원의 비싼 가격이 형성됐다. 면역세포 반응 유발이 핵심 원리이다 보니 면역세포가 과다 발현해 생기는 염증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부작용으로 발생한다. 또한 고형암에는 아직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CAR-T 치료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앱클론은 동종유래 방식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크리스퍼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지플러스생명과학과 협약을 맺었다. 동종유래 방식은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T 세포를 추출해 치료제를 만드는 것으로 CAR-T 치료제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다.

SK플라즈마와 큐로셀도 △동종유래 방식 △고형암 타깃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교수는 "고가의 약값 문제는 2~3개월 내 건강보험 급여 결정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 이후로는 상당히 널리 쓰일 것"이라며 "CAR-T 치료제의 고형암 적응증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뇌종양에 일부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T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해 치료제로 변형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에 환자 T세포에 어떠한 유전자를 넣어주느냐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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