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는 면역세포를 이용해 질병, 특히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T세포는 인체의 다른 세포들이 감염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는지 감시한다. 이상을 감지하면 '비상 상황'을 알리는 신호 물질을 분비하고 다른 면역세포들이 이를 인지해 면역반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 제약사인 HK이노엔 (47,950원 ▲2,950 +6.56%)은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앱클론과 CAR-T 세포치료제 공동개발 협약(MOU)을 맺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앱클론 (14,540원 ▼150 -1.02%)의 B세포 림프종 치료제 'AT101'의 임상 1·2상을 승인했는데 이 생산을 HK이노엔이 맡기로 했다.
지난 2015년 SK케미칼 (49,000원 ▲50 +0.10%)로부터 분사한 SK플라즈마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국내 기업 중 개발 정도가 가장 앞선 큐로셀 프리 IPO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것이다. SK플라즈마는 큐로셀과 CAR-T 치료제 상업화에 공동 참여한다.
큐로셀은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식약처로부터 CAR-T 치료제 'CRC01'의 임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현재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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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약사와 대기업이 세포치료제 개발에 달려든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CAR-T는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던 혈액암 환자에게 극적인 효능을 보여 '기적의 항암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까지 허가된 CAR-T 제품은 5종류다. 노바티스 '킴리아(Kymriah)', 길리어드 '예스카타(Yescarta)', '테카터스(Tecartus)',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 '브레얀지(Breyanzi)', '아벡마(Abecma)'다. 국내에서는 킴리아만이 허가받아 현재 사용되고 있다.
이들의 지난해 예상 총매출액은 약 19억 달러(2조2700억원)다. 세포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6년 최대 118억6000만 달러(14조1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클론 AT101의 임상 책임자인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킴리아를 위시한 림프종에 사용하는 CAR-T 치료제가 기존 어떤 치료제도 얻지 못했던 아주 좋은 효과를 보이는 건 분명하다"며 "기존에는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 100명 중 30명 정도는 살릴 수 있는 치료제"라고 말했다.
단점도 존재한다. CAR-T는 환자 세포를 직접 채취(자가 방식)하여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든다.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4~5억원의 비싼 가격이 형성됐다. 면역세포 반응 유발이 핵심 원리이다 보니 면역세포가 과다 발현해 생기는 염증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부작용으로 발생한다. 또한 고형암에는 아직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CAR-T 치료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앱클론은 동종유래 방식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크리스퍼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지플러스생명과학과 협약을 맺었다. 동종유래 방식은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T 세포를 추출해 치료제를 만드는 것으로 CAR-T 치료제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다.
SK플라즈마와 큐로셀도 △동종유래 방식 △고형암 타깃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교수는 "고가의 약값 문제는 2~3개월 내 건강보험 급여 결정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 이후로는 상당히 널리 쓰일 것"이라며 "CAR-T 치료제의 고형암 적응증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뇌종양에 일부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T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해 치료제로 변형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에 환자 T세포에 어떠한 유전자를 넣어주느냐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