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확진' 전문가 경고에도 "비관적 사람들"…정부가 틀렸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2.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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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확진' 전문가 경고에도 "비관적 사람들"…정부가 틀렸다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확산 예측에 매번 실패하며 적절한 대책을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0시 기준 확진자는 10만명에 근접했다. 이달 말 13만명 발생이라는 정부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위중증 환자도 크게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 앞서 정부가 "오미크론은 중증화율이 낮아 긍정적 요인도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 경고에도 낙관론으로 확산세를 '과소' 예측한 게 방역 실패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만3135명이다. 지난 10일 일일 확진자는 5만4121명으로 한 주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주 전(3일) 신규 확진자는 2만2906명이었다. 일주일마다 확진자가 두 배씩 늘어나는 '더블링'이다.



이 추세를 감안하면 일주일 후인 오는 24일에는 20만명 이상 확진자 발생이 예측된다. 다음 주부터 '8인·밤 10시'라는 완화된 거리두기 적용이 예상되는 만큼 유행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는 방역당국 예상치를 뛰어넘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2월 말 국내 확진자가 13만명에서 17만명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정확한 예측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전파력을 델타 대비 2~3배로 가정해 질병관리청과 국내외 전문가 예측을 종합하여 제시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낙관적인 전문가 예측을 근거로 방역 전략을 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여러 전문가가 10만~20만명 확진자 발생을 예측했지만 정부 인식은 그처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최대 정점은 방역에 특별한 조정이 없다면 1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지난달 2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월 말에서 3월 초, 하루 9만 명까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시기가 빨라질 것 같다"며 "지금 수준의 거리두기와 진단 체계를 가지면 3월 2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만3135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2.2.17/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만3135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2.2.17/뉴스1
그러나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튿날(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0만∼20만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며 "정부와 같이 일하는 분들은 3만명 정도에서 피크(정점)를 칠 것이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오미크론은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델타보다 상당히 낮게 나온다"며 "잘만 넘긴다면 그 이후는 좀 더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고 하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389명이다. 확진자가 늘면서 중환자도 덩달아 늘어나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 규모는 이번 주부터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왔다"며 최대 2000명 중환자까지 관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된 유행 '과소' 예측으로 방역 실패가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신하는 중환자 관리 여력도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확진자·중환자 수·병상 등 의료 체계 예측을 다 낙관적으로 해서 실패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환자 폭증 등 근본적인 예측과 그에 대한 대응·준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병상과 중환자 수가 숫자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확진자가 절대적으로 증가하면 중환자도 비율을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여유 있다고 확보해놓은 병상 수는 금방 다 찰 수 있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당연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임박하거나 추정이 될 때는 국민에게 강력하게 대응 방안을 미리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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