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외이사들의 제안 "ESG의 S, 바꾸면 어떨까요?"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2.02.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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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화면 속 왼쪽)이 16일 오후 열린 SK그룹 사외이사-블랙록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SK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화면 속 왼쪽)이 16일 오후 열린 SK그룹 사외이사-블랙록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SK


이사회 회의가 아니면 모일 일도 없는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 SK그룹 사외이사들이 온라인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세미나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들은 ESG의 S를 기존 사회(social)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해석해 범위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SK그룹은 SK㈜ 염재호 이사회 의장, SK이노베이션 김종훈 의장, SK텔레콤 김용학 의장 등 SK 12개 관계사 사외이사 30명이 전날 오후 블랙록 아시아지역 총괄 투자스튜디어십팀 원신보 본부장과 2시간 가량 화상 세미나를 가졌다고 17일 밝혔다.



블랙록은 ESG경영을 선도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SK그룹은 사외이사들이 외부 투자자로부터 최근 경영 트렌드를 직접 확인해야 효율적이고 독립적 경영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보고 그룹 내 사내대학인 써니(mySUNI)의 지원을 받아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

사외이사들은 투자기관이 기업들의 ESG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ESG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속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ESG를 추구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원 본부장은 "최태원 SK회장이 예전부터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은 ESG와 궤가 같으며 시장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E(환경)와 S(사회)만큼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G(거버넌스) 리스크를 SK 이사회에서 잘 관리하면서 시장과의 신뢰를 쌓아 나간다면, SK는 최근 ESG를 중심으로 한 큰 투자 흐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은 이 자리에서 ESG의 S를 '사회'로만 해석하면 기업이 챙길 대상이 해당 사회로 국한되는 만큼, 차라리 '이해관계자'로 해석해 그 대상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SK 사외이사들이 외부 투자자와의 첫 세미나 대상으로 블랙록을 선정한 것은 블랙록이 ESG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해 현재 자산운용 규모가 10조 달러(약 1.2경원)에 달하는 블랙록은 매년 투자자에게 보내는 CEO 투자서한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SK그룹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중심경영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를 위해 이사회 역량 및 역할 강화, 투자자 등 파이낸셜 소사이어티와의 소통 확대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 역시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 신뢰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에는 최 회장과 13개 관계사 사외이사들이 세 차례 워크숍을 열고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사 각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 CEO 후보추천과 평가, 보상까지 관여하고 있다. 외부 시각을 참조해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사회가 독립성, 전문성을 토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사내이사들의 뜻과 다른 의결 결과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등 이사회 중심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SK 관계자는 "이사회 역할 강화는 지배구조 투명화의 핵심"이라며 "이사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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