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이익" vs "수천억 적자"···화물이 가른 '극과 극' 항공업계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02.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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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여객수요가 침체한 가운데 화물사업이 국내 항공업계의 희비를 갈랐다. 대형항공사(FSC)는 역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저비용항공사(LCC)는 적자 행진에 잠정 실적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날아오른 화물 사업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15% 증가한 1조4644억원으로, 2010년(1조1589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 오른 8조7534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381% 증가한 70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역대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다. 화물사업 매출이 2조1807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아시아나항공도 화물로 활로를 뚫었다. 2018년 이후 내리 적자만 보다가 지난해 영업이익 4565억원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역시 견고한 화물 사업이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화물 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3조1485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2조1407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여객 수요는 부진했다고 밝혔다. 국내선과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위주로 매출은 올랐지만 코로나 여파로 여전히 타격이 크다는 설명이다.

여객사업 위주인 LCC들이 화물로 실적을 끌어올린 FSC와 달리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주 수익원이던 국제선 여객 수요가 바닥을 기는 가운데 국내선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급기야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3사는 지난해 실적 잠정집계치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3사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가 계속되자 내달 사업보고서를 통해 연간 실적을 공개할 계획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3225억원, 진에어는 1989억원, 티웨이항공은 15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공시 규정상 잠정 실적 발표는 의무가 아닌 자율공시 사항이다.


LCC들도 여객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결국 화물 사업 확장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중 처음으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항공 화물 운송사업 확대에 나선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12월부터 국제선 첫 화물 운송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약 281톤을 실어 날랐다. 티웨이항공도 오는 24일 도입 예정인 중대형 항공기 A330-300 기종을 화물 운송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LCC업계가 FSC처럼 화물사업으로 당장 '대박'을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당초 운영하는 화물 전용기 숫자부터 차이난다. LCC 최초로 화물전용기를 도입한 제주항공은 오는 6월은 돼야 한 대를 갖추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이미 23대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A350-900 여객기 2대를 화물기로 개조한데 이어 지난해 A350 여객기 2대와 A330 여객기 3대를 추가로 개조한 바 있다.

실제로 국내 항공화물 시장은 지난해 1~11월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외국 항공사가 28.9%로, LCC업계 전체의 점유율은 3.6%에 불과했다. 이는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 등을 포함한 수치다.

물류사업은 화주와의 관계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갑자기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화물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여객기가 많이 뜨지 못하면서 공급이 부족해 화물전용기 1~2대로 사업에 나서도 실적은 나오는 상황"이라며 "다만 영업 인프라·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확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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