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탁구나!’가 보여줄 진심과 열정의 성찬

머니투데이 이현주(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2.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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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탁구나', 사진제공=tvN'올탁구나', 사진제공=tvN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시 둘로 나눌 수 있다. 직접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과 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이도 저도 아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나라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경기는 찾아보는 편이지만 평상시 스포츠는 나와 거리가 멀다. 그것도 매우 멀다. 돌이켜보면 그 거리는 나이가 들며 점점 벌어진 것 같다.



누구나 그럴 테지만 한때는 나도 운동을 좀 했다. 달리기도 열심히 했고, 발야구, 피구, 수영도 했고 스케이트도 탔다. 그렇게 몇 안 되는 종목으로 체육 시간이 채워졌던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중고등학교에서 배드민턴, 야구, 배구, 농구, 탁구 등을 해 본 것 같긴 하지만 그 이후 몸으로 직접 체험한 운동의 기억은 희미하기만 하다. 체육 수업만으로 경험하기엔 세상의 스포츠는 너무도 많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아무나 진정한 재미를 누리기 힘든 것이 스포츠다. 관람의 경우 어떤 경기든 응원하는 팀 위주로 집중해 보면 재미있지만, 룰과 기술을 모르면 그 이상의 경지를 즐길 수 없다. 하물며 직접 플레이하는 스포츠라면 두말 할 나위 없다. 얕은 흉내만 내도 몸을 움직여 하는 것은 모두 재미있지만 진정한 스포츠를 즐기고자 한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 없이는 진정한 즐거움에 다다를 수 없는. 스포츠는 그래서 가장 정직하고 신성한 행위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잘하지 못한다. 학창 시절 배운 미천한 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자라며 이것저것 기웃거린 덕에 할 줄 아는 운동은 제법 되지만 어느 것 하나 특기라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일단 방법을 알았다면 능숙하게 되기까지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능숙한 단계에 다다랐다면 그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또다시 땀을 흘려야 하지만 늘 꾀가 나서 그 전에 멈췄다. 그렇게 초급에서 멈춘 운동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이치와 기술을 ‘얇고 넓게’ 익히며 살고 있는 내 생존 방식과 얼마나 똑같이 닮았는지 잘하는 스포츠가 하나도 없는 건 결국 나의 체력과 의지, 열정이 근천맞은 탓이다.

'올탁구나', 사진제공=tvN'올탁구나', 사진제공=tvN
그 많은 운동 중에 탁구도 있다. 사실 탁구는 ‘초급’이란 단어를 붙이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대학 시절 수업이 비면 남학생들은 당구장을 찾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함께 가기 좋은 곳은 역시 탁구장이었다. 그나마 좀 더 잘치는 친구를 스승삼아 배운 탁구는 그래서 늘 통통 튀는 공처럼 세상 겁나는 게 없던 시절과 함께 떠오르는 운동이다. 잘하고 싶은 건 마음뿐, 결코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게으른 자의 첫사랑 같은. 그런데 최근 tvN의 ‘올탁구나’를 발견하게 됐다. 탁구 예능이라니. 한동안 예능에서조차 너무 많이 봐 온 축구를 비롯(아무리 생각해도 여중, 여고를 나온 나는 축구를 제대로 배워본 기억도 해 본 기억도 없다), 그 어떤 종목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가까운 탁구라니, 어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올탁구나는’ 2회까지 선수 선발 오디션으로 재미와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 사람이 탁구를?’ 하는 지원자에 대한 의구심을 느낌표로 바꿔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는가 하면, 코치진의 엄격한 테스트는 긴장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또깍또깍’ 경쾌한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네트를 넘나드는 탁구공을 조마조마하게 눈과 귀로 쫓는 재미가 어찌나 쏠쏠한지(이건 탁구를 치며 한 번도 그런 소리를 이어가지 못한 나만이 느끼는 부러움과 경탄일 듯).

다양한 지원자들의 사연과 실력을 보여준 2회 마지막에는 드디어 강호동 팀과 은지원 팀의 합격자가 결정됐다. 강호동의 ‘전설의 강호’ 팀은 이진봉, 정근우, 박은석을, 은지원의 ‘퐁당퐁당’ 팀은 강승윤, 신예찬, 이태환을 합격자로 골랐다.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경력도 다채로운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플레이에 기대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전부터 열렬한 팬인 강승윤의 탁구 실력에 놀라 앞으로 열심히 응원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외에도 출중한 지원자들이 아주 많았으니 다음 회에는 추가 합격자를 선발한다고 한다.

'올탁구나', 사진제공=tvN'올탁구나', 사진제공=tvN
강호동은 심사의 기준이 된 것이 ‘진심’과 ‘열정’이라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전문 선수 못지않아야 하고 무수한 땀과 노력을 뒷받침할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토록 다양한 스포츠 예능을 시청자들이 외면하지 못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예능이란 틀에 담겼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경기만큼은 선수들의 진심과 진력이 담긴 실전이란 것. ‘세계 최초 탁구 예능’답게 ‘올탁구나’ 또한 앞으로 진정성 있는 선수들과 더불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탁구의 묘미와 매력을 세심하게 그려내야 할 것이다.

지금 한창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오늘도 많은 선수가 다양한 경기에 출전할 것이다. 한 나라의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그들이 흘린 눈물과 땀을 우리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그들뿐 아니라 ‘올탁구나’ 출연자를 비롯해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이 목표 삼은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 스스로와 싸우고 있을 모든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노력’이라는, 한계 없고 측정 불가한 경지를 매 순간 몸으로 돌파하는 그들에게 최선의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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