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승자 독식 시대, K-백신이란 몽상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02.1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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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국내에서도 노바백스의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미접종자와 이상 반응으로 접종이 중단된 접종 미완료자가 우선접종대상이다. 노바백스는 기존 백신에 부작용이 있는 이들에게도 접종이 허용될 정도로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노바백스 백신이 3차 접종과 일부 교차접종에도 활용될 예정이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노바백스는 이미 큰 기회를 잃었다. 우리나라만 놓고보면 2차 접종 완료자는 4422만여명이다. 인구의 86%, 성인의 96%가 기본접종을 완료한 셈이다. 3차접종을 한 경우도 3000만명에 육박한다. 노바백스 입장에서 백신의 주고객이 될 미접종자는 300만~40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누구나 알 수 있듯 이미 코로나19백신 시장은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가 사실상 독식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44조원, 모더나는 46조원을 벌었다. 지난해보단 줄었지만 올해도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존슨앤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매출은 화이자나 모더나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백신을 개발한 굴지에 제약사도 새로운 형태의 백신을 만들어낸 회사에겐 처참하게 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메신저RNA)를 이용한 새로운 백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미국 정부는 일명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모더나와 화이자에 선구매 계약으로만 약 4조원을 지원했다.

국내 백신업체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J 전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개발에 성공하다고하더라도 상업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바백스까지 접종이 되고 나면 우리가 자체 백신을 개발해도 접종 대상자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라며 "결국 저개발국에 수출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J 전 부사장은 "앞으로 당신은 무슨 백신을 맞을 것인가란 질문에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수억명이 접종을 받으면서 선두주자들이 얻게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방대한 데이타는 '승자 독식'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전자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과 백신을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금력은 화이자나 모더나를 난공불락의 존재로 만들 것이다. 매년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국내 바이오사가 개발한 백신에 선뜻 손이 갈 리 없다.

백신 뿐 아니라 치료제에서도 승자 독식 현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한 화이자는 올해 220억달러(약 26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코로나치료제 시장을 거의 장악하겠단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백신 11개, 치료제 14개 품목에 대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백신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제품을 제외하곤 임상시험 속도가 더디다. 일부는 임상환자와 대조약을 구하지 못해 개발을 멈춘 상태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마땅한 판매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백신도 하반기엔 공급과잉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 치료약은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지만 주사제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할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를 만들고 있지만 개발까진 아직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몇몇 바이오회사은 이들이 내놓는 임상 결과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린다. 특히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업체의 주가 변동성은 이미 백신 개발업체의 변동성을 뛰어넘었다.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은 먹는 코로나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시가총액 11조원을 넘기도 했었다. 지금은 10분의1 정도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아직도 임상관련 소식에 주가가 출렁거리곤 한다.

다국적사와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질 것이란 패배주의에 빠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며, 상업적인 부분까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언제부터인가 유행인 'K'라는 단어가 코로나와 관련해서도 붙기 시작했다.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성과에 취해 있다간 K-백신이나, K-방역은 '자기 만족'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대개 별명이나 찬사는 자신이 아닌 남들이 붙여줘야 의미가 있는데, 지금 우린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광화문]승자 독식 시대, K-백신이란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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