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촉발된 금호석화 '조카의 난'…작년과 올해 같은점, 다른점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2.02.15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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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촉발된 금호석화 '조카의 난'…작년과 올해 같은점, 다른점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발송하면서 '조카의 난'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와 지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박 전 상무가 지난해 세 누나에게 주식을 증여해 의결권 지분을 늘린 점, 금호석화의 주가 부진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국민연금과 외국인 표심이 주주총회 표 대결의 향방을 가를 전망인 가운데 어떤 박 전 상무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4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기준으로 박찬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4.9%, 박철완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0.16%다. 국민연금이 6.67%, 외국인이 19.85%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전체 지분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3%룰이 적용됐을 땐 지난해보다 박 전 상무의 의결권 지분율이 커졌다. 박 전 상무가 지난해 8월 세 누나에게 각각 15만2400주씩(0.5%씩) 주식을 증여하면서 지난해 주주총회 당시보다 1.5%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했다. 3%룰이란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에도 적용된다.



당시 박 전 상무가 세 누나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을 두고도 의결권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왔다. 재벌가와 결혼한 박 전 상무의 세 누나들이 아군으로 경영권 분쟁에 가세하면 박 전 상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장녀 박은형씨는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결혼했고, 차녀 박은경씨도 고(故)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장남 장세홍 한국철강 사장과 결혼했다. 삼녀 박은혜씨의 남편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도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 허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 당시 금호석화 지분 0.05%를 확보해 박 전 상무를 지원한 바 있다.

박찬구 회장도 OCI와 자기주식을 교환하며 의결권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금호석화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준일인 지난해 12월31일을 앞두고 각자 보유하던 자사주를 상호 교환했다. 상법상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 처분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이는 제 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과 실질과 효력이 동일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박 전 상무 측 입장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가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했다며 OCI 의결권의 법률상 효력을 부인해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금호석화가 지난해 영업이익 '2조클럽'에 가입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부진한 점 역시 사측에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월 27만원까지 찍었던 금호석화 주식은 현재 15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12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7만1847주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을 추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영권 분쟁 재발에도 크게 맥을 추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호실적을 이끌었던 NB라텍스 시장도 올해엔 증설 물량이 많아지면서 공급사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격 약세로 이어지며 실적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가에선 금호석화의 올해 영업이익 규모는 1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 부양과 올해 실적 하락에 대한 대책, 회사의 성장 전략을 어떻게 제시하는지가 올해 주주총회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해 주총에 상정됐던 안건은 크게 배당, 사내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박 전 상무 측은 당시 주총에서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이라는 고배당안을 제시했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7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사측은 전년 대비 약 2.8배에 달하는 주당 4200원의 배당안을 내걸었다. 당시 배당안을 둘러싼 자문사들 평가는 엇갈렸다. 당시 서스틴베스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노르웨이 투자청, 글래스루이스 등은 박 전 상무를 지지했지만, 국민연금과 ISS가 박 회장을 지지하면서 박 전 상무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주제안에 올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2명을 대체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배당안과 성장 전략 등을 새로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 전 상무는 2차 전지, 수소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단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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