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딜 무산된 현대重그룹…그래도 웃는 이유 '이것'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2.1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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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딜 무산된 현대重그룹…그래도 웃는 이유 '이것'


조선·항공 등 다른 산업군의 '빅딜'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던 대형 건설기계 업체간 빅딜이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건설기계 (58,500원 ▲1,500 +2.63%)·현대두산인프라코어 (8,560원 ▲120 +1.42%)가 그 주인공. 두 계열사의 합산 매출액이 지난해 8조원을 넘어서고 올해도 전년을 뛰어넘는 성장세가 예상된다. 인수합병을 통해 건설기계 부분이 그룹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합산 매출액(잠정)은 8조1457억원, 영업이익은 4463억원이다. 현대제뉴인은 이들 두 회사의 올해 합산 매출액·영업이익을 각각 8조4731억원, 5907억원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상승세를 점쳤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품에 안은 것은 지난해 7월이다. 2020년 12월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주요 경쟁국의 결합심사와 인수를 위한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 설립에 이르기까지 인수 절차를 반년여 만에 속전속결로 마쳤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색채를 드러내면서도 기존 건설기계 시장에의 브랜드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명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명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그룹 편입이 이뤄진 가운데 양사 모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독립법인 출범 후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고,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두산밥켓을 제외한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매출액 3조5520억원, 영업이익 1818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35.7%, 98.5% 상승한 수치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20년보다 15.2% 증가한 매출액 4조5937억원을 나타냈으며, 영업이익은 2645억원이었다.

현대건설기계의 38톤급 굴착기(왼쪽)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급 굴착기/사진=현대제뉴인현대건설기계의 38톤급 굴착기(왼쪽)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급 굴착기/사진=현대제뉴인
양사는 중국의 건설기계 수요 위축으로 전년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우려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잠재웠다. 인도·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만 전년보다 각각 65%, 51.3% 늘어난 1조4000억원, 1조6045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올해는 기존 시장 외에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또 다른 신흥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코로나19로 위축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인프라 사업을 키우고 있는 선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제뉴인은 "시너지는 올해부터"라고 강조했다. 구매 통합, 라인업 교차판매 등을 통해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도 개선된다는 이유에서다. 양사가 개척한 신시장도 공동으로 대응해 판로를 다변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 지붕 두 가족'에 머물지 않고 독립된 브랜드를 보다 효과적으로 키우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제뉴인은 통합시너지의 극대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기술본부 내 품질운영부문을 신설하는 등 컨트롤타워로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곳 품질운영부문 주도로 지난달 양사 첫 합동 품질 검사가 강원도 철원에서 열렸다. 2014년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도입한 혹한지 테스트에 현대건설기계가 동행했다. 이날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8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현대건설기계와 공유하면서 빅딜 시너지의 첫걸음을 뗐다.

양사 시너지 확대는 좌초되거나 지지부진했던 다른 업종의 빅딜과 달리 단기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번 건설기계 빅딜의 주역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반기로 3년간 진행해 온 조선 빅딜에서 쓴맛을 봤다. 한진그룹이 주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은 터키·대만·베트남·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승인을 얻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심사가 아직 산적한 상황이다.

현대제뉴인 관계자는 "통합시너지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통합 매출액 10조원, 글로벌 건설기계 5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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